"지방 소멸 코앞인데"…무안반도 통합 ‘하세월’

박정석 기자 2025. 7. 16. 21:1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목포·무안·신안, 30년간 6차례 실패 거듭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 등 2조 이상 예측
목포시장·신안군수 공백 속 논의 ‘지지부진’
‘통합선례’ 여수·순천서 교훈…道 역할론도
"주민 스스로 지역의 주인 의식 가져야"
전라남도 서남권 발전의 분수령이 될 '무안반도 통합' 문제가 30년 넘게 표류하는 가운데, 실용주의에 입각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다시금 통합 동력을 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9일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남권 미래 발전과 통합 전략 대토론회'. /목포시 제공

전라남도 서남권 발전의 분수령이 될 '무안반도 통합' 문제가 30년 넘게 표류하는 가운데, 실용주의에 입각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다시금 통합 동력을 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 행정구역 재편이라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턱 밑까지 다다른 지방 소멸 위기에 맞서 지속 가능한 발전 대책을 세우기 위해 통합 시기를 하루빨리 앞당겨야 한다는 절박함에서다.

이를 위해 지역주민들 스스로가 통합 필요성을 절감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에 더해, 내년 지방선거를 발판 삼아 행정통합을 지역 정치권의 중요 의제로 부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목포시, 무안군, 신안군 등 기초자치단체뿐 아니라 형님 격인 전남도와 정부의 전향적 태도도 요구된다.

◇진전 없던 30년…인구·경제력 격차로

목포시와 무안군, 신안군을 아우르는 무안반도 통합 문제는 지난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부터 2012년까지 6차례에 걸쳐 주민 투표와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무안군민 혹은 신안군민의 반발에 부딪혀 통합이 무산됐다.

이러는 사이 1998년 24만 8천여 명으로 전남 내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기록했던 목포는 올해 20만 6천여 명으로, 순천시와 여수시에 이어 3위로 떨어진 상황이다. 청년 유출, 도시 확장성의 한계 등으로 매년 꾸준한 인구 감소를 보이며 인구 20만 명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신안군은 전국 최고 수준의 노령화 지수를 기록해 지역소멸 위기지역 '최고 등급'을 받게 됐다.

반면 목포시에 앞서 행정통합을 이뤄냈던 순천시와 여수시에는 통합 이후 인구를 비롯해 경제력 측면에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순천시의 경우 1995년 1월 정부 주도로 승주군과 행정통합을 이뤄냈고, 현재 인구수 1위의 전남 동부권 대표 도시로 발돋움했다.

여수시 또한 1998년 여천시, 여천군과 이른바 '3려 통합'을 완성했다. 2012년 엑스포 유치로 지역 발전 계기를 마련했으며, 관광객 1천만 도시로 거듭났다. 특히 지역 내 경제활동을 통한 부가가치 발생량을 보여주는 GRDP(지역내총생산)가 31조 원(2022년 기준)에 달하며, 전남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발전을 이뤄냈다. 이는 무안반도의 3개 도시의 GRDP의 총합인 11조 원의 3배 격이다. 무안반도가 진전 없이 흘려보낸 30년 넘는 세월이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 간 심각한 불균형으로 귀결된 셈이다. 멀리 경남 창원시는 2010년 마산시, 진해시와 통합하며 11년 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특례시로 선정됐다.

◇확실한 통합 효과에도 민간 논의뿐

행정통합에 따른 기대효과는 목포시와 신안군이 공동으로 추진한 '목포·신안 통합 효과분석 연구용역'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양 시·군은 지난해 7월 목포대학교 남악캠퍼스에서 해당 용역에 대한 최종보고회를 통해 통합의 파급효과가 약 2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통합을 이루게 되면 2025년부터 2034년까지 10년간 행·재정 부문에서 63억여 원의 비용이 수반되지만, 편익은 9천735억 원에 달해 행정 편익이 월등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유발효과는 약 1조 4천581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4천986억 원 등 2조 8천억여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 수도 2027년도에 2천2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중복투자 방지 등에서 비롯된 행정 효율화, 동일 생활권 서비스 균형발전과 함께 무안군까지 통합에 가세한다면 추가적인 기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서남권 인구 50만 혁신성장벨트, 재생에너지 사업,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등 굵직한 현안에 공동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행정통합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를 주도해야 할 박홍률 목포시장과 박우량 신안군수이 지난 3월 직위를 상실하면서 지자체 차원의 통합 논의는 사실상 멈춰버렸다. 민간 차원에서 '목포신안통합추진위원회'가 지난달 서남권 통합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통합 논의를 이어갈 뿐, 그 이상의 진전은 미미한 상태다.

◇"위기 자각하고 정부·道 차원서 앞장서야"

이렇듯 30년에 걸쳐 얽힌 무안반도 통합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높임과 동시에 정부 및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역할이 요구된다.

최근 전북특별자치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통합을 놓고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갈등의 중심에 서서 통합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완주군 측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는 20일 완주군의 한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뒤 다음 날인 21에는 완주군에 전입신고까지 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졌다.

김 지사의 이사는 완주군민의 목소리를 일상 속에서 청취하겠다는 '통합'의 의지로 읽힌다. 김 지사는 완주군으로 거처를 옮겨 출·퇴근을 하고, 일과시간 이후에는 군민들과 대화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초자치단체에만 지역 현안을 미루지 않고 형님 격인 광역단체가 직접 나서고 있는 모습은 전남도와는 대조적이라고 볼 수 있다.

목포에서는 시민들이 앞장서서 새 정부에 무안반도 통합을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 8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운영하는 '버스로 찾아가는 모두의 광장'을 통해 통합 관련 제안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접수된 제안은 국정기획위와 관계부처가 실현 가능성, 정책 반영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고석규 목포신안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지역 소멸 위기가 눈앞에 와 있다. 소위 말해 지역의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골드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동부권과의 30년 격차가 굉장히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져 있는데, 내년에도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채로 새 단체장이 선출되면 통합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만은 없기 때문에 지역의 주인은 주민이듯, 이제는 주민이 스스로 나서서 자신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주민 연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통합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에 이를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