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시골마을 지킨 ‘동네 주치의’…홍천 창촌의원 윤성호 원장 별세

의료사각지대의 외딴 시골마을에서 30년 가까이 주민 곁을 지켜온 ‘동네 주치의’가 세상을 떠났다. 홍천군 내면 창촌리에서 병원을 운영해온 윤성호 원장이 지난 14일 향년 59세로 별세했다.
윤 원장은 지난해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에도 진료를 이어갔다. 항암 치료로 힘든 몸을 이끌면서도 병원을 지키며, 진료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보다 병든 이웃과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더 걱정하며 살았던 윤 원장은, 암 투병 중인 노모를 돌보다 끝내 먼저 눈을 감았다.

윤 원장은 지난 1995년 창촌의원을 개원한 이래 줄곧 내면 지역을 지켜왔다. 병원이 없어 불편을 겪던 주민들에게는 ‘의사 선생님’ 그 이상의 존재였다. 그는 복잡한 행정 절차도 마다하지 않고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제도를 도입해, 주민들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섰다. 환자의 병뿐 아니라 삶까지 돌보려는 그의 진심은, 곧 마을 전체의 안심이자 의지처가 됐다.
마을 주민들에게 윤 원장의 병원은 단순한 진료실이 아니었다. 수다를 떨고, 근황을 나누며,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동네 사랑방이자 이웃집 거실 같은 공간이었다. 평소 말수가 적던 그는 진료실에 들어서면 누구보다 말이 많아졌다. 병의 징후를 놓치지 않기 위한 질문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한 배려였다.

독거노인의 검안 요청이 들어오면 거리와 상관없이 직접 찾아갔고, 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유족들이 장례를 잘 치를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병원 운영 외에도 지역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온 그는 말 그대로 공동체의 귀감이었다.
홍천성당 빈첸시오 김준찬 회장은 “윤 원장은 항암 치료 중에도 최근까지 진료를 계속할 정도로 주민들을 걱정했고,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부를 지키는 의사이자 이웃이었다”며 “지역을 위해 헌신한 그의 삶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애도했다. 주민들은 그가 남긴 따뜻한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빈소는 홍천 서석장례식장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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