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 19년’ 권한 없는 행정시 한계, 애매한 연결고리 전락
김태환 제외 역대 제주도지사 모두 ‘행정체제개편’ 추진
사회·문화·경제·정치 등 탐라국 시대부터 현재까지 제주의 중심지인 제주시가 1955년 9월1일 읍(邑)에서 시(市)로 승격해 올해 승격 70주년을 맞았다. 북제주군 제주읍에서 분리돼 제주시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북제주군마저 흡수, 인구 50만명 도시에 이르렀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우리나라 최초의 행정시 체제에서 인사권·예산권이 없다는 숱한 논란 속에 제주시가 법인격을 되찾으려 한다. 동제주-서제주로 구역을 나누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면서 제주시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 지 난해하다. [제주의소리]는 승격 70주년을 맞은 제주시의 역사와 향후 과제 등을 3차례 걸쳐 되짚는다. [편집자 주]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 사회는 '행정체제'라는 단어에 갇혀 있다. 핵심은 제주도지사로 집중된 권한과 전국 최초의 행정시 역할이다. 행정시가 법인격이 없음으로 인해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 모임에서 발언권조차 얻지 못하는 처지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단일행정계층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 속에 나온 혁신안은 '현행 행정구역 유지',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군·서제주군 체제', '제주시·서귀포시 체제', '시·군 폐지후 31개 동-12개 읍·면 체제', '읍·면·동 폐지후 시·군 체제'다.
고(故) 신철주 북제주군 군수의 기초자치단체 폐지 반대 의견에도 혁신안으로 최종 결정됐다.
특별자치도 준비 단계와 출범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행정체제는 읍·면·동⟷제주특별자치도로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행정시는 과도기적인 상황이라 남겨둬 점차 규모를 축소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출범 19년째인 2025년 현재 제주시의 공직사회 규모는 더욱 커져 읍·면·동⟷행정시⟷제주특별자치도라는 체계가 고착화된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따라 국방과 외교 등을 제외한 권한이 수차례 제도개선을 통해 점차 제주로 이양되면서 제주도지사의 권한은 갈수록 비대해졌다.
그럼에도 제주·서귀포시가 법인격이 없어 모든 결정은 제주도지사만 내릴 수 있게 됐다. '제왕적 도지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특별법 제10조에 제주는 관할구역에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둘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행정시'를 둘 수 있으며, 제주도 조례로 행정시 폐지와 설치, 분리, 합병, 명칭·구역을 정할 수 있다. 해당 경우에는 제주도지사가 결과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행정시장은 일반직 공무원으로 봐 도지사가 임명한다. 임기 2년에 연임이 가능하고, 도지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행정시 소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처리한다.

지방자치법에는 2개 이상 시·군·자치구에 미치는 광역적 사무나 시·도 단위로 동일한 기준이 필요한 사무 등 폭넓게 적용돼야 할 일을 시·도의 사무로 배분한다. 물론 외교와 국방, 사법, 국세 등의 국가 사무는 제외다.
시·군·자치구는 시·도의 폭넓은 사무를 제외해 담당하는데, '인구 50만 이상 시에 대해서는 도가 처리하는 사무의 일부를 직접 처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인구 50만명 이상이면 독자적인 광역 사무처리가 가능하다는 법 해석임에도 행정시 체제에서 제주시는 그 권한을 누릴 수 없다.
제주도지사가 권한을 보장해주면 된다는 얘기가 19년째 나오지만, 지금 체계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제주도지사와 양 행정시장이 시도때도 없이 만나 서로 예산과 인사권을 계속 조율하면 가능하지만, 비현실적인 얘기다. 실무 부서간의 협의까지 감안하면 1년 내내 예산만 편성해야 한다는 게 공직사회의 목소리다. 예산말고 다른 일을 할 수 없고, 빠르게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는 취지다.
제주특별자치도 시대를 연 김태환 도지사(2006~2010)가 물러난 뒤 우근민-원희룡-오영훈 도정에서는 모두 현행 '행정체제'를 바꾸려 했다. 행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전제다.
우근민-원희룡 도정은 기초의회 부활 없이 행정시 체제 유지를 택했다. 특별자치도 출범 전 시·군 의회의 뒤떨어지는 전문성을 목격한 안좋은 기억이 한몫했다. 회기 중 성희롱적인 발언이나 폭력적인 행동도 계속해 소위 '깡패 의원'이라고 불린 사례도 있어 기초의회 없이 시장만 주민들이 직접 뽑는 행정시장 직선제만 추진했다.
우근민 도정이 추진한 기초의회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는 민의의 전당인 제주도의회에서 부결되며 입법화까지 가지도 못했다.
원희룡 도정은 행정시 2개→4개 분할에 시장 직선제 도입으로 도의회 문턱을 넘었지만, 중앙정부의 반대로 좌초됐다.
민선 8기 오영훈 지사는 2022년 취임 직후부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언급했다. 기관 대립형뿐만 아니라 기관 통합형(의원 내각제)까지 염두에 뒀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현재는 법인격을 갖는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도입으로 가닥을 잡고,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