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 제국이 온다 [헬로, 크립토]

한겨레 2025. 7. 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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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회의사당. AFP 연합뉴스

김외현 |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법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하원은 이번주를 ‘크립토 주간’으로 지정했고, 한달 전 상원을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법안(지니어스법)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예고했다. 하원을 통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최종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다양한 영향이 있겠지만,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비금융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통시장의 양대 공룡기업 아마존과 월마트가 각각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얼마 전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지급결제 시장에서 카드 결제 비중은 60%를 넘어서므로, 카드사가 챙기는 수수료는 적지 않다. 그런데 아마존이나 월마트에서 자체 코인을 쓰면, 카드사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를 아끼게 된다. 이를 고객에게 할인 혜택으로 돌려준다면 고객들은 기꺼이 스테이블코인을 쓸 것이다.

게다가 아마존과 월마트에 납품하는 공급상은 전세계에 퍼져 있다. 서로 다른 나라와 은행을 중계해야 하는 현재 시스템에서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달러 기반으로 발행된 ‘아마존 코인’ ‘월마트 코인’이라면 아낄 수 있는 요소들이다. 공급상에게도 여러 혜택을 약속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환영받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미국 고객들과 전세계 공급상에게 퍼져나간 스테이블코인은 어디에 쓰일까? 처음엔 쓸 곳이 마땅치 않아 바로 ‘환전’할 수도 있겠지만, 가진 사람이 늘어날수록 쓸 수 있는 곳도 늘어난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을 오가는 ‘직구’나 송금 용도로 쓸 수 있다.

그러면 미국 안팎에 이 코인을 가진 사람이 확산될 것이고, 아마존이나 월마트가 아닌 곳에서도 아마존 코인, 월마트 코인이 쓰일 수 있다. 아마존 참여 없이 제3국 공급상끼리 결제하면서 아마존 코인을 쓸 수 있고, 나중엔 한국의 편의점에서 아마존 코인으로 물건값을 결제할지 모른다.

아마존과 월마트뿐일까? 맥도날드, 스타벅스, 나이키, 코카콜라, 디즈니와 구글, 애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등 미국의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 모두가 이 같은 ‘제국’을 꿈꾸지 않을까? 스테이블코인은 발행하는 것만으로 의미를 갖기는 어렵지만, 튼튼한 생태계와 결합하면 그 쓰임새가 무한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여러 기업이 개별적으로, 또는 연합해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만드는 결과, 달러가 강화될 것이다. 트럼프 미국 정부가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배경엔 이런 맥락이 있다고 본다.

새로운 달러 패권 시대가 오면, 우리 원화는 외국은커녕 국내에서도 쓰임새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 통화주권에 대한 위협이다. 대응 방안은 크게 두 갈래가 있을 것 같다.

첫째,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쓰이지 않도록 막으면 된다. 달러 코인을 하나의 외국환으로 간주하고 국내 지급결제 수단으로 쓰이지 않게 장벽을 세우는 것이다. 뜻을 같이하는 다른 나라들이 나타나 연대할 수도 있다. 다만, 아마도 미국과 결이 다른 나라들일 것이다. 자칫 원화 국제화를 상당 부분 양보하는 결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둘째, 역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외국에서 쓰일 수 있게 새로이 통화 영토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달러 코인을 추진하는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세계적 한국 기업들한테 기회를 주고 원화 코인을 통해 ‘미니 제국’을 일구게 하는 것이다. 불확실하고 용기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두가지 길이 언뜻 구한말의 쇄국과 개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배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저 국가적인 지혜를 요구하는 문제들인 터,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영향은 이렇게나 무서운 문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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