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연의 '지금, 이 문장'

임소연 l 과학기술학자. 동아대 융합대학 교수. 저서로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와 공저 ‘겸손한 목격자들’ 등이 있다.
2025년에는 실질적인 인지적 작업이 가능한 에이전트가 등장하고, 2026년에는 새로운 통찰을 스스로 찾는 시스템이, 2027년에는 실제 세계에서 일하는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오픈에이아이(AI)의 샘 올트먼이 한달 전쯤 ‘온화한 특이점’(The Gentle Singularity)이라는 개인 블로그에 썼던 글의 일부이다.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렇게나 빨리 가능하다고? 도대체 뭘 믿고 올해, 내년, 내후년 이렇게 금방 닥칠 미래를 예측하지? (설마 2년 뒤에 세탁기를 돌리고 옷을 개서 옷장에 넣어주기까지 하는 로봇이 나온다는 건가? 그럴 리가.) 이건 너무 전형적인 자기실현적 예언 아닌가? 결국 자기가 이런 기술 만들고 싶다는 얘기면서 왜 마치 무슨 거대한 숙명을 따르는 것처럼 거룩하게 말하지?

‘온화한’이라는 수식어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동안 ‘자, 에이아이가 이렇게 발전할 건데 안 따라올 거야? 못 따라오는 사람은 낙오된다!’라고 겁을 주는 목소리가 주였다면, 이번에는 온화한 미소를 띤 신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그는 엄청난 기술 발전에 처음엔 놀라겠지만, 곧 익숙해질 거라고 토닥인다. 과연 인류는 그가 말한 속도로 그가 파는 상품과 서비스에 의존하는 미래에 도착해야만 하나?
나는 이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이 비장한 분위기가 싫다. 왜 우리는 기술의 속도를 늦추는 대신, 법이나 제도, 문화 심지어 대중의 속도를 끌어올리려고 애쓰는가? 속력을 조금 늦추고 방향을 바꾸면 다른 기술을 만들 수 있다. 다른 미래는 가능하다!
임소연 동아대 융합대학&기초교양대학 교수·‘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저자

임소연 교수.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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