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제조에 늘 진심… 유연한 광폭 협력이 대만 기업 경쟁력”

이코노미조선=정원석 선임기자 2025. 7.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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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콜리 황 디지타임스 창업자 겸 회장
콜리 황 디지타임스 창업자 겸 회장 - 원광대 산업공학 석사, 현 WPG Holdings·Alltek·중화항공 독립이사, 전 정보산업연구소(MIC) 부원장, ‘TSMC와 트럼프 이펙트: 대격변 예고’ 저자 /디지타임스

“대만은 ‘세계 몇 대 강국이 되겠다’는 야망을 내세우지 않고, 스스로를 ‘무해한 파트너’로 소개한다. 어떤 나라, 기업과도 협력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연성과 기술·제조에 진심을 다해 성과를 만들어왔다.”

대만 정보기술(IT)·전자 산업 전문 미디어이자 시장 조사 기관인 디지타임스(Digi-Times) 콜리 황(Colley Hwang·黃港勇) 창업자 겸 회장은 6월 19일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만 싱크탱크 정보산업연구소(MIC) 부원장을 역임한 콜리 황 회장은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의 권유로 디지타임즈를 창업한 테크계 거물이다.

그는 “대만은 수직적 지시가 아닌 상향식 문제 해결 구조를 통해, 글로벌 산업 경쟁 속에서도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1970년대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착수한 이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기반 산업구조를 중심으로 핵심 산업을 육 성해 왔다. 전자·반도체 산업도 ‘보텀 업 (bottom-up)’ 방식으로 발전했다. 완제품보다는 부품과 모듈 생산에 집중하며, 각 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한 점이 특징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완제품을 개발해 온 한국의 산업화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성장 경로다. 황 회장은 “인구 2300만 명대의 작은 나라인 대만은 모든 산업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긴 어려운 구조였고, 그래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대만은 모듈·PC·서버 등을 생산하며 세계 전자 제조 서비스(EMS) 시장의 65%를 점유하는 IT·전자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는 “현재 증시에 상장된 IT 부품 기업만 1000여 개에 이르고, 이들이 2024년 올린 매출은 총 9740억달러에 달한다”며 “이처럼 유연한 산업구조는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기업은 내세울 만한 자체 브랜드가 없지만, 다양한 부품을 통합해 하나의 시스템을 완성하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면서 “강력한 다운스트림(downstream·후방) 산업이 대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만 IT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수요를 창출해 낸다” 면서 “폭스콘의 연 매출이 삼성전자에 필적하며, 콴타·페가트론·컴팔·인벤텍·윙위안 등도 연 매출 100억달러(약 13조758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24년 대만 전자 산업 전체 매출(약 1조달러) 중 53%가 EMS 기업에서 발생한 것은 OEM 거래를 넘어서, 산업 전반에 ‘공급망 생태계’가 뿌리내렸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만은 어떻게 AI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나.

“TSMC를 중심으로 한 대만의 파운드리 역량은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 칩 제조의 핵심 기반이다.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용 서버 90% 이상이 대만에서 생산되며 EMS 분야 세계 상위 20개 기업 중 8개가 대만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연간 6000억달러(약 825조48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엔비디아·HP·델 등 글로벌 기업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부품·서비스를 공급하며 공급망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하드웨어 및 반도체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공급망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TSMC가 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TSMC는 전 세계 500개가 넘는 핵심 고객사를 보유 중이며, 상위 10개 고객이 주문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높은 신뢰와 의존도를 자랑한다. 대표 고객인 애플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3㎚ 공정의 첫 번째 배치(batch)를 TSMC와 함께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공급망을 삼성전자이나 인텔로 이전하려는 조짐은 없다. TSMC는 ASML과 협력해 독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이 구조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직원 9만3000명 가운데 1만1000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일 만큼 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 하는 등 기술 선도의 기반을 갖췄다. 이런 구조적 경쟁력이 TSMC를 향후 10년간도 첨단 반도체 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TSMC는 미국·독일·일본으로 생산 시설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TSMC가 독일에 생산 시설을 세우는 이유는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미국에 짓는 생산 시설은 군사 목적이거나 미국 기업과 협업 때문이며 이런 지정학적 전략은 대만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대만에 와서 ‘우리나라에도 TSMC 공장을 세워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독일·일본·미국뿐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서 이 같은 요청이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10년 후에도 TSMC 생산 역량의 80% 이상은 대만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 대만은 TSMC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제조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TSMC를 넘어, 대만 기술 산업 전체 경쟁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대만엔 개별적인 ‘영웅’을 내세우기보다는 시스템 전체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 미디어텍을 비롯한 우수한 팹리스 기업과 함께 TSMC가 구축한 생태계가 진짜 경쟁력이다. 이 생태계는 엔지니어뿐 아니라 가족, 교육, 사회적 기반까지 함께 작동하면서 유지된다. 델타, 라이트온테크 같은 중견기업도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냉각 시스템 분야에서 AI 시대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타이베이에 AI 슈퍼컴퓨터와 실리콘밸리급 해외 본사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배경은.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초창기 그래픽 칩 설계에 집중하며 대만의 다양한 그래픽 업체와 협력해 판로를 넓혀왔다. 설계된 칩은 TSMC 등 대만의 파운드리에서 생산된다. 2022년 10월 고성능 AI 칩 H100 출시 이후 엔비디아의 영업이익이 2023년 1분기 71억9000만달러(9조 7065억원)에서 2024년 4분기 393억달러(53조 5500억원)로 다섯 배 이상 늘어났다. 이러한 수요 폭증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대만의 제조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젠슨 황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대만의 제조 생태계를 활용하고 기술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타이베이를 엔비디아의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선택했다.”

젠슨 황의 대만계 배경 영향아닌가.

“한국 언론은 종종 젠슨 황이 대만계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는 고객의 요구와 국제 협력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월드 클래스 리더다. 특정 국가에 의존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대만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그와 동행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그는 네 차례 대만을 방문했고, 컴퓨텍스에서 43개 대만 기업을 ‘우리의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올해 컴퓨텍스에선 이보다 세 배 늘어난 120개 기업이 무대에 올랐고, 현재 타이베이에는 엔비디아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인력만 2000명이 넘는다. 글로벌 프로젝트가 세 개이상 추진 중인 타이베이는 이미 글로벌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이다.”

대만 정부의 정책은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TSMC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400억달러 이상으로 대만 전체 산업 투자보다 크다. 대만 IT 산업은 ‘왕의 정원에 있는 작은 감자’ 가 아니다. 산업 규모가 워낙 커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1년 예산 규모가 한국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대만 정부가 보조금 중심의 지원 정책으로 산업을 키운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정부는 토지, 인력, 용수, 전기 등 인프라 제공에 집중하고 있으며, 해외 엔지니어 확보 등 인재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Plus Point

대만 반도체 산업 성장 동력은 강력한 산학연 클러스터

국내외 IT 전문가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산학연(産學硏) 클러스터’로 대표되는 혁신 생태계에서 찾고 있다. 신주과학단지(Hsinchu Science Park)와 타이난 남부과학단지(Southern Taiwan Science Park)가 대표 사례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발상지이자TSMC, UMC, 미디어텍 등 세계적 기업이 모여 있는 신주과학단지는 대만 최고 이공계 대학인 양명교통대와 국립칭화대와 불과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이 대학 출신들이 대만 주요 반도체 기업의 엔지니어로 일하는 등 R&D 인력 배출부터 공동 연구, 실험 테스트베드 구축까지 일체형으로 작동한다.

반도체 산업의 남부 확산 거점인 남부과학단지 역시 국립성공대 등과 협력해 AI, 바이오, 반도체 패키징 기술 중심의 응용 연구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특히 TSMC는 타이난에 5㎚·3㎚ 공정을 위한 첨단 팹(fab)을 구축하며, 현지 대학 및 연구 기관과 산학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이 두 과학단지는 대학·기업·정부 간 유기적 연계를 통해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거점으로 기능한다.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대만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중추로 만든 지식 기반 플랫폼이라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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