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만3000명이 자살... 우울증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37년 경험 '목소리 너머 사람' 출간

"1년에 1만3,000명(통계청 2023년 사망원인통계 결과·1만3,978명)이 자살해요. 지난 40년 동안 통계를 내니까 37만7,000명이 죽었더라고요. 그 사람들 일렬로 쭉 세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너무 답답해서, 자살 행렬을 끊자는 생각에서 책을 썼어요."
37년간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에서 전화 상담을 해온 하상훈(64) 원장이 그간의 경험과 술회를 담은 에세이 '목소리 너머 사람'을 최근 냈다. 생명의전화는 1976년 문을 연 국내 최초 전화상담 기관으로 24시간 365일 어려운 이들을 상담해준다. 하 원장은 1988년 자원봉사자로 상담을 시작했다.
4일 서울 성북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자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에 의해 "내몰린 죽음"에 가깝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청소년 자살이다. 국내 청소년(10~19세) 자살률은 2023년 기준 10만 명당 7.9명. 그는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다"며 "가정과 학교에서 주는 성취에 대한 압박감이 굉장히 큰데, 현실과 괴리가 있으니 욕구불만과 화가 생기고 이것이 내면에 쌓여 우울증, 자해, 자살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입시나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다양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공간을 초월해 운영하는 전화상담은 자살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하 원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걸려온 전화로 목숨을 구한 일을 언급했다. 경기 용인에 사는 친구가 목숨을 끊겠다는 전화를 해 생명의전화로 다급히 도움을 요청한 것. 그 집으로 경찰과 소방대원이 출동해 가까스로 목숨을 살렸다. 그는 "한국 사람은 체면 의식이 강해서 내 약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화상담은 모르는 사람에게 편하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위기 개입에 굉장히 유용한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일상의 안부를 묻는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진지 잡수셨냐' '잠 잘 잤냐' 하는 말을 자주 했는데, 요즘은 거의 안 하잖아요. 사회가 많이 단절된 것 같아요. 누구는 어젯밤 고민하느라 한숨도 못 잔 사람도 있잖아요. 하찮아 보이지만 그런 인사말이 상대의 마음을 알아보고 존재를 확인해주는 첫 단추가 될 수 있거든요."

높아지는 자살률만큼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 생명의전화는 2009년부터 유가족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 사람이 자살하면 평균 6명이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다"며 "이분들이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고인을 애도할 수 있도록 자살 유가족을 심리적 피해자로 인식해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원장은 '힘들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가볍게 치부되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 "내가 힘들 때, 자기 마음을 언제든지 표현해도 안전한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우울증이 있다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상대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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