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도 못 말리는 야구 사랑...손풍기·쿨링 패치보다 시원한 건 역시 승리
얼음팩·손풍기·쿨링 패치 필수
"엔팍은 바람 불어 시원한 편"
연일 무더위에 KBO도 대책 내놔
"우리 팀이 야구를 못해서 안 가면 안 갔지 덥다고 야구장을 안 갈 것 같지는 않아요."
야구는 끊어도 '직접 관람'은 못 끊는다는 말이 있다. 직관은 그만큼 강렬하다. 중독적인 선수 응원가부터 공 하나, 스윙 한 번에 울고 웃는 경험은 대체 불가하다. 어쩌다 역전승이라도 하는 날에는 이 한 몸 다 바쳐 평생 응원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니 더위가 어찌 이들을 막을 수 있으랴.

◇이것만큼은 '꼭' 가져오세요 = 여름철 야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손풍기로 더위를 식히는 팬들의 모습이다. 야외 경기 특성상 관중석에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방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팬들은 개인용 선풍기를 챙겨온다.
진주에서 온 엄서연·최윤서(15) 씨는 "더워서 힘들기는 하지만 날이 쨍쨍한 건 좋다"며 "경기도 선명하게 잘 보이고 사진도 잘 나오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부채랑 냉각 손풍기, 물수건 등은 항상 챙겨오는 편"이라며 "한여름에는 구장에서 얼음팩 같은 용품을 나눠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풍기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물품은 '쿨링 패치'다. 말 그대로 몸에 붙이면 시원해지는 패치인데, 팔부터 이마, 볼에도 붙일 수 있다. 최근에는 KBO(한국야구위원회)와 동국제약이 협업해 구단별 쿨링 패치를 출시해 많은 팬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 패치를 구매하고 있다.
이날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야구장을 찾은 강규민(29) 씨 양팔에도 이미 쿨링 패치가 붙여져 있었다.
강 씨는 "쿨링 패치랑 손풍기는 무조건 가지고 와야 한다"며 "이것들을 해도 덥기는 한데 그나마 버틸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산야구장 시절에는 그늘도 없고 바람도 안 불어서 힘들었는데 창원NC파크는 그나마 낫다"고 덧붙였다.
11년째 시즌권을 구매했다는 미공(별명·54) 씨는 어른 손바닥만 한 탁상형 선풍기를 가져왔다. 작은 보냉 가방에는 꽝꽝 얼린 음료도 빼먹지 않고 챙겼다.

◇더위? 그게 뭔데! = 더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팬들도 적지 않다. 앉았다 일어났다 응원을 하다 보면 땀이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쌓인 스트레스도 어느새 날아가기 마련이다.
이현주(28) 씨는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묻는 말에 조심스레 보온보냉병을 가리켰다. 이 씨는 "다른 것보다는 얼음에 시원한 맥주를 담아 놓고 먹는 게 제일"이라며 "여름이라 땀이 나는 거는 어쩔 수 없기에 이왕 온 거 땀을 많이 흘리고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해소에 야구장에서 땀 흘리고 노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역대급 더위에 KBO도 나섰다 = 7월 초부터 찾아온 이른 더위는 팬들의 열정만으로 견디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내외까지 오르면서 해가 진 뒤에도 기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KBO에서도 8일 관련 대책을 내놨다. KBO는 경기운영위원과 심판진 협의로 기존 4분인 클리닝 타임(이닝 교대 때 야구장 정리 시간)을 최대 10분까지 연장할 수 있게 운영 방침을 조정했다. 아울러 온열질환 발생에 대비해 선수단 구역에 충분한 냉방기기와 음료 배치를 요청했다. 또 관객 안전을 위해 전광판에 폭염 대처 요령을 주기적으로 안내하고, 응급 상황에 대비해 의료 지원과 안내요원 증원 등도 요청했다.
9월 1일부터 14일까지 편성된 일요일 경기 시작 시각 역시 기존 오후 2시에서 5시로 변경했다. 또한, 올스타 휴식기 이후 18일부터 재개되는 퓨처스리그 경기에서는 무제한이었던 연장전 승부치기를 최대 11회까지로 제한했다.
이 같은 대책뿐만 아니라 한여름에는 경기를 아예 하지 않는 근본적인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경기 시간을 조정하고 냉방기를 추가 설치하는 정도로는 기후 위기 대응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안태승 경남야구소프트볼협회 총괄이사는 "이제 한국 날씨도 동남아 기후가 됐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되면 경기 취소를 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데 기준이 되는 기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염은 관중들도 힘들고 선수들도 경기력 저하나 부상 위험이 있다"며 "앞으로 날이 더 더워질 텐데 아예 한여름에는 야구를 잠시 쉬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밝혔다.
/박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