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생활과 여성건강의 상관관계 [기고]
'주1회 관계' 폐경 지연 연구도
횟수보다 스스로 만족이 중요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성생활을 안 해도 괜찮을까요?"
질 건조나 성욕 저하 같은 불편감 때문이기도 하고, 관계에 대한 감정적인 고민일 때도 있다.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질문이지만, 대답은 단순하지 않다. 여러 논문들은 성관계 빈도가 단지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 특히 폐경 시기, 정신 건강, 질 건강 등에 연관돼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20년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 학회지에 발표된 미국 SWAN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성관계를 가진 여성은 월 1회 미만에 비해 자연 폐경 도달 시기가 평균 1~2년 늦었다. 같은 맥락에서 성관계를 적게 하는 여성이 더 빨리 폐경을 맞이할 수 있다는 관찰 결과는 꽤 일관되게 나타난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최근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 연 11회 이하의 낮은 성관계 빈도를 가진 여성은 그러지 않는 여성보다 우울증 진단률이 1.37배 높았다. 성관계 자체가 분비를 유도하는 옥시토신과 엔도르핀 등은 감정적 안정과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호르몬적 기전이 우울감 완화에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관계는 단지 육체적인 행위가 아닌, 심리적 친밀감과 연결돼 있어 낮은 빈도는 심리적 위축감이나 외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성관계 감소가 우울을 악화하거나, 우울로 인해 성관계가 줄었을 가능성 모두 존재하며 결혼 여부, 인종, 연령대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위험도 차이가 있다.
만성 통증도 성관계가 정서적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섬유근육통 여성 환자를 임상 연구한 2024년 논문에서 월 8회 이상 성관계를 가진 그룹이 그러지 않는 그룹보다 우울 점수가 유의하게 낮았다. 성관계 자체가 통증 민감도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지만, 정서적 회복이나 자존감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성관계를 적게 한다고 해서 모든 건강 지표가 나빠진다는 단정은 성급하다. 산부인과(Obstetrics&Gynecology) 학회지에 2022년 실린 논문에 따르면 성교 빈도 감소와 폐경기 여성의 성교통 발생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이 없었다.
오히려 폐경 상태에 따른 질 건조와 호르몬 저하가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성생활 빈도보다는 폐경기 이후 질 점막 상태와 호르몬 변화에 따른 적절한 치료 접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성생활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빈도가 여성 건강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관계를 적게 한다고 반드시 건강에 해롭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만족과 편안함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관계(sexual intercourse 또는 sexual activity)'는 연구마다 정의가 다르며, 반드시 삽입 중심의 관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부 연구는 질내 삽입 성교만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많은 연구들은 자위, 오럴, 성적 자극, 애무, 스킨십 등 넓은 의미의 성행위와 신체적 접촉, 정서적 상호작용까지 포함해 여성의 전반적인 성생활을 평가한다.
성관계 빈도는 폐경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적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폐경은 유전, 체질, 스트레스, 수면, 체중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동희 우아한여성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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