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ESG, 논리와 감성의 흐름을 설계하는 공감력이 핵심

스타벅스의 종이빨대 사용이 7년 만에 철회됐다. 일회용 컵 보증금, 비닐봉투 판매 금지 등 소비자들과 공감이 안 된 환경정책들이 실패로 끝난 셈이다.
현역 시절 지역본부장으로 일할 때 내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명확히 하고 싶었다. 구호성·관념적 메시지는 절제했고 구체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짧은 메시지나 지시로 대체했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공감'이라는 화두였다. 목표 달성과 성과 향상은 절댓값이고 공감이 지역본부경영의 핵심 전략이었다.
타운홀미팅 행사 당일 흰색 셔츠에 형광색 나비넥타이를 매고 직원들에게 서빙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직원들이 붙여 준 별명표를 가슴에 달고 생맥주와 간식을 나르는 나와 지점장들의 모습이 게스트로 참석한 외국인 경영진에게 생소하게 보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당시 유행한 '서번트리더십'의 실천이었고 메시지 전달 현장이었다. 이후 지점장 회의 때 외국인 임원들이 접시에 사탕이나 초콜릿을 담아 들고 다니며 권하는 문화가 정착됐고, 그렇게 앞장선 모습이 지금도 자랑스럽다.
조직관리에서 가장 우선 가치는 공감과 인정, 칭찬이다. 그럼에도 이런 행위가 가볍게 이어지게 되면 오히려 퇴보 요인을 제공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도한 인정, 칭찬이 내적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으며, 잘못되고 과한 꾸중은 무력감과 포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여기서 언급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의례적 격려, 과장된 칭찬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진정한 피드백이고, 그 피드백은 보여 준 성과와 맞물려야 한다.
인공지능시대 경영, 특히 조직 운영과 인재 양성, 마케팅 전략 방식은 근본적으로 많은 변화를 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영은 국가, 기업, 단체, 가정, 개인 모두가 망라된다. AI 문해력과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무기가 된 셈이다. 기술을 넘어서는 감성의 힘, 사람과 기술 간 균형 잡힌 사고능력, 행동과학은 이제 우리가 가질 새로운 부를 뜻하며, 이것은 모든 사회경제활동 최고의 관계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중심 대기업 기업문화는 통제와 권위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끌 핵심 가치로 삼았다. 그렇지만 구글이나 넷플릭스, 아마존 같은 전 세계적 스타트업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위계나 경직에 따른 강요되는 공감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 회사의 미션과 비전은 무엇이며 핵심 가치와 인재상은 어떠한지"로 컬처핏(culture fit)을 내세우는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그 핵심은 자율성과 책임으로 이어졌다. 「넷플릭스 인사관리전략」 책자가 공개된 2009년은 새로운 혁신적 인사관리(HR)전략의 변곡점이었다.
기업경영, 자기경영을 막론하고 자유와 책임은 불가분의 관계다. 32년간의 은행생활은 책임으로 가득했지만 그 책임을 다하는 매 순간이 자부심이었다. 영상이나 지면을 통해 본 구글, 넷플릭스 직원들의 자유분방한 일상과 우리나라 대기업의 일사분란한 근무환경은 천양지차로 느껴진 것이다. 자유는 주어지지만 책임 역시 엄격한 고용노동의 엄중함도 보여 주고 있다.
ESG가 평가하는 지수나 문항이 논리에 대한 문제라면 사람을 다루고 마음을 다듬어 실질적 가치경영을 해 나가는 것은 감성경제(emotionomics) 영역에 속한다. 감정이 논리를 이긴다거나 감성적 요소가 브랜드, 마케팅, 광고에 기반이 된다는 그런 관념적 설명으로 공감력을 권하자는 것이 아니다. AI시대 기계가 인간을 테스트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이제 종착지는 인간의 교감이 가장 강하고 정교하며 실효적인 소통, 상호작용으로 남게 된다. 기술 진화와 감성포용, 그 상관관계를 흐름으로 포착해 '보다 나은 내일'을 설계하는 공감력으로 이제부터라도 "그래, 맞아"라는 장단과 친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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