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온나가타

2025. 7. 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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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는 이상일 감독의 ‘국보’다.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를 그린 영화로 주인공 키쿠오(요시자와 료)는 ‘온나가타’다. 가부키 배우는 남성뿐이며 여성 역할도 남성이 연기하는데, 이런 배우를 ‘온나가타’라고 부른다. ‘국보’는 가부키의 화려한 무대와 그 뒤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영화다.

이 감독은 재일 한국인 3세다. ‘국보’는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요시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감독의 영화는 ‘악인’(2010), ‘분노’(2016)에 이어 ‘국보’가 세 번째다.

‘국보’는 칸 영화제에서 첫 상영된 후 지난달 6일 일본에서 개봉했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흥행 수익이 32억 엔(302억원)을 돌파해, 올 일본 실사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나도 지난달 말 평일 낮에 도쿄의 극장에서 봤는데 3시간의 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만석이었다.

키쿠오는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일찍 잃고 가부키 명문 집안에서 자란다. 가부키는 기본적으로 세습이다. 아들이 아버지의 이름을 이어받는 것이 보통이다. 이 세습제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 영화의 핵심이다. 키쿠오가 자란 가부키 집안에는 아들이 있다. 키쿠오와 동갑내기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다. 둘 다 온나가타로 함께 훈련을 받으면서 성장하지만, 실력은 키쿠오가 약간 위다. 핏줄이냐 실력이냐를 두고 아버지는 실력을 우선시하고,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이어받기를 바란다. 이렇게 집안의 갈등이 시작된다.

예술이야말로 실력의 세계가 아닌가란 생각을 해왔는데 영화를 보고 조금 바뀌었다. 핏줄이 아니기 때문에 실력으로 이겨야 하는 사람과 핏줄이기 때문에 절대 질 수 없는 사람 간 서로 질투하면서 높은 경지에 오르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틀이 있어야 틀을 깨는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영화가 높은 평가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두 배우의 가부키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둘은 1년 반 동안 가부키와 일본 무용을 연습했다. 둘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며 실제로 가부키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 관객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가부키는 400년 전에 여성이 시작했다. 에도 막부가 풍기문란을 이유로 여성 가부키를 금지해 남성만의 가부키가 발달했다. 이 영화에서도 남성이 ‘국보’가 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하는 존재로 여성들이 나온다. 많은 여성의 희생이 따르는 예술의 경지, 아름답지만 씁쓸함도 남았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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