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CC 투어하며 더위를 날리는 샷…다낭의 새로운 발견

글·사진=안인석 객원기자 2025. 7. 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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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메리 ‘시그니처’ 11번 홀, 도전의식 자극하는 5개의 벙커

- 백색모래 인상적인 빈펄리조트
- 한국 산악지형 유사한 바나힐즈
- 골프장마다 각각의 매력 달라

은퇴라는 단어가 다가왔을 때, 그건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야 하는 또 다른 시간. 그 시간을 여행과 골프로 함께 하기로 했다. 단지 운동의 의미가 아니라, 마음과 몸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조용한 의식처럼. 그래서 찾았다. 이왕이면 명문 골프장이어야 했다.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고,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런 골프장. 그리고 연결된 기회는 베트남 다낭이었다.

명문 골프장을 찾아 떠나는 해외여행. 긴장감이 없진 않았지만, 현지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오히려 마음은 가벼워졌다. 다낭은 그런 도시였다. 사람을 조용히 안아주는 도시. 뜨거운 공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명문 골프장 ‘몽고메리 링크스’. 세계적인 골퍼 콜린 몽고메리가 직접 설계한 18홀 링크스 스타일의 코스가 다낭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있다.


▮몽고메리 링크스의 명성

몽고메리 링크스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명문 골프장이다. 2017년 아시아태평양 골프서밋이 선정한 베트남 최고의 골프장 2곳에 포함됐다. 2018년엔 아시안골프어워드가 선정한 베트남 최고의 골프장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다낭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몽고메리 링크스는 세계적인 골퍼 콜린 몽고메리가 직접 설계한 18홀 링크스 스타일 코스다. 링크스라고 하지만 디오픈이 열리는 스코틀랜드처럼 아주 황량한 곳은 아니다. 단단하게 다져진 잔디, 넓고 탁 트인 페어웨이, 미묘하게 굽이치는 언덕의 흐름까지. 첫 홀에 들어서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의 결을 거스르지 않고 설계된, 고요하지만 강렬한 코스임을.

코스의 난도는 상당하다. 전장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 벙커가 많다. 그린은 편평한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굴곡이 심하다. 공 좀 친다는 골퍼들에게 상당한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곳이다. 화이트티가 짧은 편이라 한국인 골퍼들은 블루티를 많이 이용한다.

전략적으로 짜여진 코스는 무심한 샷을 허용하지 않는다. 마치 인생처럼, 순간순간의 선택이 쌓여 한 홀을 완성시킨다. 부담스럽지 않게, 그러나 쉽게 보지 말라고 말해주는 듯한 배치.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다. 파3, 11번 홀. 짧은 거리지만, 이 홀은 ‘시그니처’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일깨워줬다. 티박스에 서면 정면에 그린을 둘러싼 5개의 벙커가 상당한 위압감을 준다. 언덕을 넘어온 바닷바람은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아이언 선택을 고민하게 했다. 한 클럽 크게 잡고 날린 샷은 공중의 바람을 맞고 앞쪽 에이프런에 떨어진 후 경사를 타고 흘러내렸다. 다행히 벙커로 들어가진 않았다. 그렇다. 골프는 인생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골프는 자신이 이겨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따라가야 할 리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홀아웃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잔디가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순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짧은 홀이지만 그 안에 자연의 무게와 전략의 긴장감, 그리고 나만의 감상이 모두 담겨 있었다. 바람이 가볍게 등을 밀었다. 바람이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 진짜 너의 시간이야.”

명문 골프장이란 단지 고급스러움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공기, 걷는 속도, 캐디의 미소, 잔디의 감촉, 클럽하우스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품격을 만든다. 몽고메리는 그 균형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갖추고 있었다. 거기서, 한동안 잊고 있던 ‘여유’를 배웠다.

베트남에 위치한 명문 골프장들. 왼쪽부터 빈펄 남 호이안의 클럽하우스와 골프장.


▮빈펄리조트&골프 남 호이안

몽고메리의 해안 링크스를 경험한 다음 날, 호이안 근처에 위치한 빈펄 남 호이안을 찾았다. 이곳 역시 해안과 모래 언덕, 푸른 나무들이 어우러진 비교적 평탄하고 여유로운 링크스 스타일이다. 1번 홀부터 해안사구 특유의 지형을 보여준다. 넓게 펼쳐진 페어웨이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긴장이 풀린다. 바람은 부드럽고, 백색 모래 벙커는 차가운 질감 대신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풍경처럼 느껴진다.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걷기만 해도 좋았다. 리조트 시설도 훌륭하다. 리조트 안에 워터파크와 테마파크까지 있어 가족 단위로 여행하기 제격이다.

바나힐즈 골프 클럽.


▮바나힐즈 골프 클럽

여행의 마지막 날, 목적지는 다낭 시내에서 차로 25분 거리에 위치한 바나힐즈 골프 클럽이다. 이곳은 한국의 골프장과 유사한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조성된 또 다른 스타일의 명품 골프장이다. 루크 도널드가 설계한 이 코스는 전반 9홀은 전형적인 파크랜드 스타일, 후반 9홀은 급격한 경사와 변화무쌍한 해저드가 특징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16번 파3홀. 섬처럼 외따로 놓인 아일랜드홀이다. 그린을 향해 정확한 샷을 날려야 하는데, 바람과 고도 차가 플레이를 더 어렵게 만든다. 짧지만 긴장감은 컸다.

부산 여행사로 다낭 명품골프투어 상품을 개척한 와이투어앤골프 김대곤 대표는 다낭 골프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낭은 너무도 잘 알려진 곳이어서 오히려 골프장의 매력이 묻힌 듯합니다. 가족 단위로 와도 무방한, 골프와 휴양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죠. 골프장은 베트남 내에서도 최상급으로 인정받습니다. 코스 난도는 좀 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명문이라는 이름, 잔디 위의 인생

세 곳의 골프장을 모두 경험하고 나니, 다낭이 왜 ‘골프 여행지’로 주목받는지 알 것 같았다. 각기 다른 개성과 풍경, 그리고 환대. 명문이라는 타이틀은 결국 그 안에서 머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배려할 수 있을 때 완성되는 것이었다. 다낭의 세 골프장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위로와 자극, 여유를 선물해 주었다.

몽고메리 링크스에서, 골프를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다시 생각했다. 페어웨이를 걷는 한 걸음, 티 위에서의 한 호흡, 그리고 벙커 앞에서의 한숨까지. 그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바람과 태양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자연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는 기분이 들었다. 샷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좋았다. 승부보다 순간을 즐기는 법을, 이곳에서 비로소 알게 된 듯했다. 잔디 위를 걷는 시간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여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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