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없는 공룡과 역대급 ‘민폐캐’… 난감한 재탕, 허탈함은 관객 몫
주연 조라 베넷役 스칼릿 조핸슨
블랙위도우 암살자 이미지 재연
돌연변이 공룡 크고 징그럽기만

1993년 쥬라기공원 1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서 렉시(티라노사우루스)가 주인공 일행이 탄 지프 차량을 뒤쫓을 때 느꼈던 공포가 여전히 생생하다. 백미러에 새겨진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문구는 필사적으로 액셀을 밟는 주인공들에게도, 관객에게도 공포를 배가시켰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3편(2001년)으로 끝나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시퀄 ‘쥬라기월드’(2015)는 나쁘지 않았다. 영화는 렉시와 스피노사우르스, 벨로시랩터에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들을 위해 살상무기로 유전자 개조된 공룡 인도미누스렉스를 출연시키며 이목을 톡톡히 끌었다.
2018년 ‘폴른 킹덤’을 거쳐 2022년 ‘도미니언’은 쥬라기월드의 피날레로서 ‘이제 모든 것이 끝난다’고 홍보했다. 앨런 그랜트 박사 등 오리지널 시리즈 배우들까지 총출동해 30년 대서사를 마무리 지었다. 전편을 이기는 속편은 없다고들 하지만 나름 시퀄은 유종의 미를 거두며 공룡 영화 팬들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올해 7월 유니버설픽처스는 오리지널 1·2의 각본을 쓴 데이비드 켑과 손잡고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과 회사로 ‘쥬라기월드: 새로운 시작’을 리부트시켰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시작을 안 해도 될 뻔했다’는 박한 인상만 남을 뿐이다.
스칼릿 조핸슨이 맡은 주인공 조라 베넷은 미국 해병대특수작전사령부(MARSOC) 출신의 용병이다. 세계 분쟁지역을 누비며 고용자가 지정한 목표 인물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이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암살자 블랙위도우로 활약한 조핸슨의 이미지와 크게 다를 것이 없기에 신선한 캐스팅이라 보기 어렵다. 게다가 사람 죽이는 일을 하던 베넷이 나름 인류를 위해 심장병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거대 제약사 파커-제닉스 파마슈티컬을 돈놀이를 하려는 악한 집단으로 손쉽게 매도하는 대목은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쥬라기공원은 늘 두 집단의 서사가 함께 진행된다. 섬을 찾아간 전문가 집단과 섬에 불시착한 어느 한 무고한 가족. 이번 ‘새로운 시작’에도 한 가족이 등장한다. 딸 테레사는 잠든 티라노사우루스 옆에서 굳이 고무 보트를 펼친다. 아버지와 남자친구가 온몸으로 엑스(X)를 그어가며 만류해도 기어코 공룡을 깨우고, 손바닥만 한 노를 저으며 맹추격을 받는다. 이해할 수 없는 ‘역대급’ 민폐 캐릭터에 렉시가 사냥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정도다.
애초에 세인트 위버섬이 돌연변이·유전자조작 공룡들의 서식지가 된 이유도 황당한 우연에 기댄다. 최고 수준의 위생을 담보하는 연구시설에서 한 직원이 초코바를 먹고 껍데기를 땅바닥에 버린다. 껍데기가 자동문 센서로 들어가 오류를 일으키면서 연구시설은 제어불능 상태에 빠지고 실험체 공룡들이 모조리 탈출한다. 각본의 허술함에 허탈함은 관객의 몫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작’은 공룡 영화의 가장 중요한 미덕을 잃었다. 렉시는 세계관 최강자로서, 랩터는 사람보다 영리한 공룡이라는 점에서, 인도미누스는 교활하고 집요하다는 점에서 좋든 나쁘든 팬덤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 등장한 모사사우루스, 디스토르투스렉스, 뮤타돈은 전혀 공포스럽지 않고 무식하게 크기만 크거나, 징그럽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저도 가장 좋아하는 공룡은 티렉스”라고 말했다. 앞선 6편의 전작들과 차별화를 꾀하는 데 있어 고충이 있었음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것을 꾀하면서 시리즈의 정체성도 지키는 완벽한 경로를 저도 사실 찾지 못했다”며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팬들의 반응을 보고 그 지점을 찾으려고 한다. 다만 이번 작품은 나의 영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임했다”고 밝혔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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