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산토리니 씨 위스키 한 잔 할까요? / 손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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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언어는 풍부한 몽상적 이미지가 내러티브하다. 손은주(1975~, 경북 의성 출생)의 산토리니 씨 위스키 한 잔 할까요?는, 이국적 화법에 중얼거리는 매력적 어투는 동화적이다. "산토리니 씨 위스키 한 잔 할까요?"는 공감각적이다. "상큼한 오렌지"를 "터트리며" 그녀의 시 속에서 '산토리니 씨'는 극적으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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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 씨 위스키 한 잔 할까요? / 손은주
부겐빌레아 꽃 지는 날,정열은 죽었어요 그리스 에게해의 작은 섬에 갇혔죠// 산토리니 씨 위스키 한 잔 할까요?/ 나의 사랑은 어디로 갔을까요/ 당신의 장례식장에선 울지 마세요/ 쪽빛 노을은 파도에서부터 시작되는 걸음마// 하얀 수평선이 찰랑거려요/ 다시 돌아올 거란 말, 거짓말/ 위스키잔에 살짝 기댄 바람이 말해주더군요// 사랑은 사탕이라 불러도 괜찮아요/ 이응을 빼면 사라가 되겠죠?/ 그렇다니까요 내 이름이잖아요// 상큼한 오렌지 터트리며 우리 만나기로 해요// 산토리니 씨 이아 마을 색의 향연 보이나요,/ 지중해 물결은 영원히 죽지 않아요/ 나지막이 속삭이는 춤선// 그러니까/내 안에 이별을 가둔 건 명백한 유기/ 이제 흩뿌려진 그 섬을 돌려드릴게요// 아름다운 해변 선술집에서 만나요/ 산토리니 씨는 오늘부터 나와 사랑에 빠질 걸요
『애인을 공짜로 버리는 법』(2022, 시와 사람)
그녀의 언어는 풍부한 몽상적 이미지가 내러티브하다. 손은주(1975~, 경북 의성 출생)의 「산토리니 씨 위스키 한 잔 할까요?」는, 이국적 화법에 중얼거리는 매력적 어투는 동화적이다. 푸른 바다 에게해의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를 주제로 한 이 시는, 그녀의 밝은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이 시는 우리를 아득히 먼 그리스로 데려간다. 새 둥지처럼 절벽 위에 세워진 '이아 마을'과 '피라 마을'은, 흰색과 코발트블루로 둘러싸여 있다. 끝없이 펼쳐진 지중해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아슬아슬한 붉은 암벽 위의 카페와 식당은 한 폭의 그림이다. 늙은 악사가 연주하는 이국적인 아코디언 소리는 로맨틱하다. 특히, 산토리니의 위스키와 와인를 마시며 성곽에서 바라보는 지중해의 일몰은 황홀하다. 초승달처럼 생긴 '산토리니섬'을 그녀는 "산토리니 씨"로 다정히 부른다. 이런 의인화는 "부겐벨리아" 꽃빛처럼 파토스pathos를 불러온다. "산토리니 씨 위스키 한 잔 할까요?"는 공감각적이다. 왜 이제야 "나의 사랑"이 된 거죠? 라고 되묻는 것처럼 여겨진다. 화산 폭발로 묻혔던 "당신의 장례식장"을 빨리 잊어버리라고 위로한다. "쪽빛 노을"이 지중해에서 "걸음마"를 배웠듯, '산토리니 씨'의 인생도 이제는 아름다울 거라고 속삭인다. "사랑"을 "사탕"으로, 사탕을 "사라"로 유희한 말 부림은 절묘하다. 사라의 여성성이야말로 '산토리니 씨'의 남성성과 함께 멋진 대구(對句)를 이룬다. 그 두 이름은 "영원히 죽지 않"는 '이아 마을'의 흰색과 어우러져 지중해의 수평선 위로 찬란히 부활 한다. "상큼한 오렌지"를 "터트리며" 그녀의 시 속에서 '산토리니 씨'는 극적으로 살아난다. 하여, 손은주의 사랑법은 "이별'의 또 다른 은유의 형식이다. 「산토리니 씨 위스키 한 잔 할까요?」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은, 종결형의 '~죠, ~요'의 반복적 리듬에서 오는, 묘한 이국적 목소리의 상큼한 어조이다.
김동원(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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