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청년, 도움 요청 부끄러워 말아야” 서울시 예산 확 늘렸다
전시회 개최 현직 작가 한진영 씨
서울시 적극 지원 자립 성공 사례
市 지원전담기관 네트워킹 등 도움
전담인력 늘리고 주거비·힐링 지원
올해 예산 181억원, 작년보다 급증

“아동시설 선배가 공무원이 되고 제가 그 영향을 받아 공기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뒤 제가 있던 보육원에서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이 되는 후배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좋은 시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자립준비청년들이 스스로 꿈을 꾸며 살 수 있도록 돕고싶어요.”
지난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대회의실에서는 올해 2분기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자립지원전담기관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육원 원장 등 사회복지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들의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20대 청년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인 송희석(26) 씨였다.
송 씨는 현장에서 “자립준비청년과 멘토의 매칭 방법이 좀 더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자립준비청년이었던 그는 서교공에 취업한 뒤, 후배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2023년부터 서울시의 제안으로 자립지원전담기관 운영위원이 됐다.
자립준비청년은 보호자나 양육자가 없어, 아동복지시설·그룹홈 등에서 성장한 뒤 만 18세(보호연장시 24세)가 돼 퇴소한 청년이다. 시설, 위탁가정 등 조금은 다른 형태의 가정에서 자라다 보니, 혈육의 보호 아래 자란 청년보다는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는 자립청년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며 이들의 홀로서기를 돕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사는 자립준비청년은 1240명(지난달 말 기준)이다. 이들을 출신별로 보면 ▷아동양육시설 476명 ▷가정위탁 589명 ▷공동생활가정 155명이었다. 서울시가 최근 이들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중 33.3%(400명)는 응하지 않았다. 조사에 응한 청년중 34%는 취업했지만, 상당수는 ▷진학 준비(5.1%) ▷취업 준비(29.8%) ▷진학 중(25.4%)이라고 각각 답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자립준비청년이 많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자립준비청년은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202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만 19~34세 자립준비청년 24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43.4%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자살실태조사에서도 19~29세 청년 중 같은 응답을 했던 비율(18.2%)의 두 배 이상이나 됐다. 2022년에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보건복지부 자료를 통해 2019년 4월부터 3년간 13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삶을 끝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송씨의 삶도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3세였던 2002년 9월 서울 마포구 삼동소년촌에 들어갔다. 부모에 대한 기억은 없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곧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방황이 시작됐다. 그는 본지에 “살아가는게 재미가 없었다”며 “목표도 없었고 학교 가서는 잠만 잤다”고 털어놨다. 보육원 선배가 공무원이 됐다는 소식은 그가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중3 때였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그는 신진과기고 자동차과에 들어갔고 고3 때에는 공기업과 공무원 준비를 병행했다. 송씨는 2018년 3월 졸업과 함께 서교공에 차량직으로 입사했다.
서울시는 자립준비청년의 어려움이 알려지면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송씨도 서울시의 도움을 받았다. 자격증 비용 등을 서울시에서 지원 받았다. 특히 서울시가 운영하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한 네트워킹도 도움이 됐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 조소과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는 한진영(28) 씨도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자립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현직 작가다.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이 고향인 한씨는 부모의 이혼 후 조부모 손에 맡겨져 컸다. 한 씨는 2019년 1월 가정위탁 보호가 종료돼 자립준비청년이 됐다. 경기도의 한 대학에서 학부 생활을 할 때에는 본인이 자립준비청년인 것을 몰랐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의 대학원으로 진학한 이후인 2023년 서울로 전입신고를 하면서 비로소 서울시의 도움을 받게 됐다. 그는 자립지원통합서비스를 통해 서울시로부터 교통비와 주거지원 등을 지원 받았다. 한 씨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나중에는 고향인 땅끝마을로 내려가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자립지원전담인력을 24명에서 36명으로 늘렸다. 특히 연락두절 자립준비청년 139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이 중 93.5%인 130명을 찾아냈다. 이와 함께 서울시 자립지원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지난해 말 기준 81%의 자립준비청년이 교통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서울시는 자립지원에만 집중되었던 기존 사업체계에서 자립지원 전단계(시설 퇴소 전)뿐 아니라 자립 후 지원까지 포괄한 전국최초 ‘자립준비청년 마스터플랜’을 수립·발표했다.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 첫 출발과 자립 이후 생활 안정까지 책임지기 위해서다.
예산도 늘렸다. 올해 서울시 자립준비청년 지원 예산은 181억2200만원으로 지난해 149억900만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보호 중인 예비자립준비청년 870명을 포함하면, 서울시의 지원대상은 2100명이 훌쩍 넘는다. 특히 서울시는 올해부터 월세·기숙사비를 지원(총 3억2700만원)하고, 서울아동힐링센터(총 29억2300만원)를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또 9억1300만원을 투입해 자립준비청년 523명에 대한 심리검사와 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초등학생 시기부터 전문적성검사를 통해 흥미와 관심분야를 발견하고 특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레슨비 등을 지원하는 ‘내 꿈 찾기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1인당 연간 360만원을 지원한다.
송씨는 자립지원청년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원에만 의지해서 ‘빈곤 트랩’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원이 디딤돌이 돼야 한다. 목표가 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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