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유기농업자재, 약은 비싸고 효과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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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법을 교육하다 보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무슨 자재를 쓰면 효과가 가장 좋습니까?" 명확히 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이처럼 공시제도가 효과는 떨어뜨리고, 가격은 높이며, 성분 공개마저 불투명한 구조라면, 유기농업은 누구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고립된 농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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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법을 교육하다 보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무슨 자재를 쓰면 효과가 가장 좋습니까?” 명확히 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예를 들어 “님 추출물이 좋다”고 대답하면 농민들이 농약사에 가서 공시제품을 산다. 유기농업자재 공시제도는 허용물질만을 사용한 제품에 대해 ‘공식 인증’을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준을 맞추다 보면 효과가 없는 제품이 된다는 데 있다.
실제로 살충효과가 뛰어난 천연물질이 있어도 공시 기준을 통과하려면 원료 비율을 낮춰야 하고, 그렇게 만든 공시제품은 결국 벌레 한마리조차 죽이기 못하는 제품이 된다. 농민들은 비싼 돈 주고 공시제품을 써도 효과가 없자 “유기농은 약효가 없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
공시제품을 하나 개발하려면 자재 성분 분석, 안정성 시험, 작물 시험까지 포함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게 공시를 받고 이 자재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유통업체와 공급업체, 컨설팅사, 대리점 등 단계마다 이윤을 붙여 정작 농민이 지불하는 최종 가격은 터무니없이 올라간다. 공시가격과 실제 판매가격 사이의 괴리가 커지며 보조사업이 적용돼도 가격 조정으로 결국 농민만 모든 비용과 리스크를 떠안는 호구 같은 존재가 된다.
더 심각한 건 자재 제조업체들이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원래 효과 좋은 원료를 미미한 함량으로 종류를 늘려 제품수만 부풀리는 게 여전하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또한 제품 표시사항 기준에 ‘이 자재는 효과와 성분 함량 등을 보증하지 아니하고 사용 가능 여부만 검토한 자재입니다’로 표기하거나, 주원료 한두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성분은 그냥 ‘보조제’로 묶은 뒤 뭉뚱그려 표기하는 게 보통이다. 우리가 먹는 식품조차도 원재료와 함량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정작 농민이 사용하는 유기농업자재는 ‘기술 유출 우려’라는 이유로 성분을 숨기는 것이 허용되고 있는 셈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공시제도가 효과는 떨어뜨리고, 가격은 높이며, 성분 공개마저 불투명한 구조라면, 유기농업은 누구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고립된 농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유기농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공시제도가 단순히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효과가 입증되고, 농민이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관계당국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주지하고 조속히 개선해주길 바란다.
정진혁 애띤 대표·청년농 유기농업 연구회장(충남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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