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괜찮다는 말 / 임학득

괜찮다는 말 / 임학득
불면에 시달리다/ 불어난 눈두덩이// 오늘은 무사하길 너 앞에 또 서 있다// 내 모습 실제보다도/ 더 멋지게 비춰줘// 아니면 내 내면에/ 남아있는 이물질// 주름진 빼뚤어진 헝클어진 거칠어진// 거울아 말을 해 주렴/생각보다 괜찮다고
『정음시조 제7호』(2025, 제라)
같이 살고 있는 열다섯 살 푸들 음이띠도 어떤 소리에 깜짝 놀라 겁을 먹고 몸이 갑자기 움츠러든다 이때 괜찮아, 라고 큰 목소리로 여러 번 이야기해주면 곧 안정을 되찾는다. 이처럼 괜찮다라는 말은 일상에서 때로 위안의 말로 요긴하게 쓰인다.
화자는 「괜찮다는 말」에 관해 궁구한다. 불면에 시달리다 불어난 눈두덩이 때문이다. 소소한 행복이 몹시 소중한 요즘 오늘은 무사하기를 바라면서 너 앞에 또 서 있다, 라고 진술한다. 그리고 내 모습을 실제보다도 더 멋지게 비춰주기를 바란다.
둘째 수는 인상적이다. 아니면 내 내면에 남아있는 이물질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히 듣고 싶어 한다. 그 형용의 상태에 대해 네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주름지다에서 주름진, 빼뚤어지다에서 빼뚤어진, 헝클어지다에서 헝클어진. 거칠어지다에서 거칠어진이다. 이 모두가 부정적인 상태에 대한 표현들이다.그래서 거울을 바라보면서 위안의 말을 간절히 듣고 싶어한다.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적극적인 자기 위안이자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다.
문득 이상의 「거울」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다.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다. 내 말에 절반 밖에 알아듣지 못하는 귀가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조금 다르다. 발은 땅에 붙어 있지 아니하고 손은 물 속에 젖어 있다. 눈은 거울 속에서만 나를 보고 가슴 속에서는 나를 모른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조금도 근심하지 않는다. 이처럼 이상의 시 「거울」은 자아 탐구와 내면 혼란, 타인과의 관계 속 존재 확인, 심리적 묘사 등을 보이는데 임학득 시인은 「괜찮다는 말」을 통해 자아 성찰을 도모하고 있다. 어떤 지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워낙 화급하게 돌아가는 세상인지라 사건 사고가 많은 시대다, 그러므로 좌정하고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족한 삶의 연속이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내면을 다지고 성찰해야 한다. 휩쓸려가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다. 임학득 시인은 「괜찮다는 말」 둘째수 중장에서 하나의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즉 주름진 빼뚤어진 헝클어진 거칠어진, 이라는 대목이다. 이러한 방법론은 효과적이다. 새로운 시도다.
일상에서 괜찮다는 말을 자신과 이웃에게 자주 써서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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