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부산, 울림으로 도시의 품격을 증명하다

김태형 음악학박사 2025. 6. 2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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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음악학박사

지난 20일, 부산시민의 염원인 부산콘서트홀이 부산시민공원에 개관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 규모의 복합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2011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400석 규모의 챔버홀, 리허설·녹음 공간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연주자와 관객 간의 거리를 좁히며 공간의 몰입도를 높이는 빈야드(Vineyard)형 객석 설계는 세계적 콘서트홀들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잔향 시간은 공석 기준 약 2.3초로, 이는 오케스트라 공연에 가장 이상적인 수치로 평가받는다. 무대 후면에는 총 4423개의 파이프와 64개의 스탑으로 구성된 독일산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었는데, 비수도권 공공 공연장 최초다. 이제 부산은 ‘음악 도시’로서 갖추어야 할 기초 체계를 완비하게 되었다.

개관을 10여일 앞두고 열린 ‘클래식 파크콘서트’는 그 시작을 알리는 울림이었다. 지난 7일, 부산시민공원 잔디광장 야외무대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섰고, 3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들었다. 그날의 무대는 단순한 축하 공연이 아니었다. 유명 아리아에서 오페레타까지 그녀의 무대는 도시와 예술, 시민의 감정이 교차하는 문화적 사건이었다. 부산은 콘서트홀이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예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도시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공연장이 생겼다고 문화도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부산에는 시립예술단과 공연장이 있지만, 청년들이 예술을 기획하고 창작하며 소비할 수 있는 통로는 여전히 협소하다. 청년은 종종 구조 바깥에 놓인 ‘부재의 주체’로 남는다. 예술은 단지 감상되는 것이 아니라, 실험되고 자라나야 하는 유기적 생태계다. 거리에서 만나고, 일상에서 접하고, 자율적으로 기획할 수 있어야 예술이 도시의 뿌리가 된다.

그에 더해, 현재 콘서트홀 운영은 세계적 거장 중심의 초청 공연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시민이 해외에 가지 않고도 세계적 연주자를 접할 귀한 기회이며, 도시의 문화 수준을 상징하는 바로미터기도 하다. 그러나 이 구조가 고착된다면, 무대는 유명 연주자들의 전유물로 비춰지고, 지역 예술인과 청년 예술가는 그 무대에 오를 상상을 점점 잃게 된다. 예술은 위대한 이름들이 빛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도시의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집합적 호흡이기도 하다.

대관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하루 수백만 원에 이르는 대관료는 소규모 기획자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리허설 세팅 음향 조명 등의 비용까지 합산하면 첫걸음부터 걸림돌이다. 공공 공연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관객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지역 예술인이 기획하고 도전할 수 있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일본 도쿄의 산토리홀이나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처럼 세계적인 공연장들은 예술을 독점하지 않는다. 산토리홀은 도쿄 중심의 기업 주도로 만들어졌지만, 연중 다양한 시민 오케스트라와 아마추어 연주자에게 공간을 개방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음악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해 왔다. 빈의 무지크페라인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을 자랑하지만, 그 무대는 빈 필하모닉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규모 시민단체, 지역 음악학교, 어린이 합창단까지도 공연 기회를 얻으며, 무대와 도시 시민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간다. 이러한 공연장들은 예술성과 수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공공성과 접근성, 예술 생태계 순환 구조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는 본보기가 된다. 예술은 감상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여될 때 비로소 도시의 문화로 뿌리내린다. 진정한 문화도시는 유명 연주자들의 무대를 넘어, 무명의 예술가가 첫발을 딛고 시민이 함께 호흡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 도시다. 예술이 도시의 얼굴이라면, 그 얼굴은 소수의 초상화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그려나가는 집단 초상이어야 한다.


부산시민에게 ‘콘서트홀’은 단지 음악이 흐르는 공간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2 도시의 품격을 상징하고, 삶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자존심이다. 서울에는 예술의전당이 있고, 대구에는 콘서트하우스가 있다. 인천과 수원에도 클래식 전용홀이 있지만 부산은 아니었다. 부산이 오랫동안 감내해 온 질문을 이제 더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 무대의 울림은, 부산시민 모두가 기다려 온 대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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