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하나로 뭉칠 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넘어져도, 넘어서도 정치는 다시 시작된다. 국민은 정권을 바꿨고 정치적 선택은 분명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났다고 정치가 끝난 건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전임자와는 다른 정치'였지 '모든 것을 바꾸라'는 요구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넘어져도, 넘어서도 정치는 다시 시작된다. 결국 승자는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국민은 정권을 바꿨고 정치적 선택은 분명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났다고 정치가 끝난 건 아니다. 새로운 권력의 등장은 또 다른 책임의 시작이며, 낙선한 이들에겐 다시 일어설 과제가 남는다. 넘어졌다면 다시 일어설지 아니면 주저앉을지는 각자의 몫이다.
이번 대선은 승부보다 그 이후가 중요해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사회갈등과 지역 분열, 세대 간 불신은 여전히 깊고 날카롭다. 민심은 표를 던졌지만 하나로 모아진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전임자와는 다른 정치'였지 '모든 것을 바꾸라'는 요구는 아니었을 것이다.
정치권의 과제도 가볍지 않다. 김문수는 보수의 '원로'에서 '도전자'로 변신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 갔지만 국민은 냉정했다. 하지만 이번 패배의 책임을 온전히 그에게만 지울 순 없다. 지도부의 리더십 공백, 내부 갈등 등 원팀을 만들지 못한 모두가 책임을 나눠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그를 주식에 빗대자면 한때 외면받던 소외주에서 저평가 우량주로, 이제는 대장주의 자리를 노릴 만큼 성장했고 재평가받은 셈이다.
이준석은 정치적 야망을 드러냈지만 아직은 거친 현실정치의 파도를 넘기엔 경험과 미숙한 면이 많았다. 비록 실패했지만 그는 젊다. 다음 기회에 무엇을 배우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앞으로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지 여부를 판가름 내줄 듯싶다.
진보 진영에선 권영국이 유독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거대 양당 틈에서도 약자와 정의를 외쳤고 현실의 벽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그의 진정성은 유권자에게도 유효했다. 진보의 목소리를 어떻게 다음 장에서 이어 갈지 주목된다.
선거 이후 정치 지형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동훈은 선거 전후로 꾸준히 조명을 받았다. 여전히 강력한 잠재력이 남은 인물이다. 그러나 대중성과 정무 감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면 자칫 기대가 부담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홍준표 역시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속내를 감춘 채 뉴미디어로 소통하며 여전히 강한 언어로 존재감을 유지한다. 다만, 이번 선거를 거치며 지지만큼 반감도 더욱 커졌다. 그의 강점인 시원하고 거침없는 언어가 진정성이 빠진 채 국민에게 불쾌와 불통만 양산할 경우 그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그리고 이 모든 구도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검증대에 오른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정당성과 안정성을 인정받는지 여부는 전국 단위 풀뿌리 선거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여당은 집권 초반의 동력을 살려 전국 지방권력 재편을 노릴 테고, 야당은 대선 패배 이후 분열과 수습의 갈림길에서 어떻게 전열을 재정비하느냐에 따라 존립이 좌우될 것이다. 보수 진영은 김문수를 비롯한 신구 세력 간 이견을 봉합하지 못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 큰 균열을 맞게 된다. 반대로 당내 질서를 정비하고 세대교체의 명분을 확보한다면 반전의 계기를 만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진보 진영 역시 권영국을 비롯해 노동·환경 이슈를 재정치화하며 내년 지방선거를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
정치는 선택의 연속이다. 당선자에겐 '어떻게 이겼는가보다 어떻게 이끌 것인가'가 중요하고, 패자에겐 '어떻게 졌는가보다 어떻게 다시 설 것인가'가 중요하다. 국민은 정권을 바꿨지만 정치의 방식이 바뀌길 바란다. 갈라진 민심을 잇고 무너진 신뢰를 복구하는 건 당선자의 몫인 동시에 패자들의 의무다.
이제 각자의 시간이 시작됐다. 누구도 영원히 승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누구도 영원히 패배로 낙인찍히지 않는다. 넘어졌는가, 넘어섰는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다만, 그 선택과 책임은 본인의 몫이다. 국민은 그 과정을 지켜본다. 다시 한번 기대와 불신 사이에서.
Copyright © 기호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학습·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