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법관 증원법 소위 단독처리에 "취임 첫날부터 보복 입법"
정청래 처리 예고, 법안소위 통과 전체회의 열려다 취소...국힘 반발
"양보하자" 李 면전서 김용태 "법원조직법 처리 심각한 우려" 밝혀
[미디어오늘 조현호, 김용욱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 사법부 압박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는 대법관 증원법을 법안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 속 단독 처리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시간여 만에, '양보하고 함께 동의해서 하자'고 발언한 지 5시간 만에 일방처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해당 법안을 처리하려다 회의 개최 직전 취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취임 선서 행사를 마친 뒤 사랑재에서 야당 대표들과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모든 걸 혼자 다 100%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양보할 건 양보하고 타협해서 가급적이면 모두가 함께 동의하는 그런 정책들로 국민이 더 나은 삶을 꾸리게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향해 “서로 우려하는 바를 권력자가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그런 점에서 내일 여당이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공직 선거법, 법원 조직법, 형사 소송법 개정안 처리는 매우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사법부에 관한 문제들, 대법원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법치주의와 삼권 분립 문제는 반대 의견도 들으면서 신중하게 추진해달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바람과 달리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4일 오전 페이스북에 “오늘 오후 4시 법사위 개최한다”라며 “법원조직법(대법관 증원) 처리할 예정이다. 국회는 국회대로 할 일을 한다”라고 선언했다.
결국 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 오찬 5시간 만에 박범계 법사위 법안 1소위원장은 이날 오후 회의를 마친 뒤 백브리핑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안 대법관 30명(현 14명) 증원안을 '1년 유예 후 4명씩 4년간 16명을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법안으로 수정해 대안으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행정처 차장도 반대 입장과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반대하면서 전원 퇴장했다. 결국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 민주당이 야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법안 처리 절차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 발언이 함께 가겠다는 건데, 국민의힘 의원 불참 속에 법안 의결을 한 것은 이 대통령 말씀과 다르지 않느냐'는 질의에 박범계 위원장은 자신이 있던 18~21대 국회에 사법개혁 특위가 있었는데, 여기 주제 중에 대법관 증원이 늘 거론돼 왔다며 “이것은 숙고와 숙의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대법관 수가 부족해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대법관 증원안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본회의 강행 처리 우려를 두고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공직선거법, 형사소송법,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내일(5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반박했는데 맞느냐'는 질의에 박 의원은 “박찬대 원내대표의 뜻은 '내일이라도 통과시키는 걸 원칙으로 한다'라고 들었다”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백브리핑 이후 이날 오후 5시에 곧바로 법사위 전체회의를 연다고 예고했으나 돌연 취소했다. 백브리핑 과정에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청래 법사위원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온 뒤 법사위원들은 전체회의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거센 반발에 나섰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성명에서 “대법원을 이재명 정권의 방탄기구로 전락시키려는 노골적인 입법 쿠데타이자, 대선 기간 국민 앞에서 했던 약속을 스스로 뒤집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이 법안은 대법원이 5월1일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데 분노해, 사법부를 완전히 장악하고자 하는 보복성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법안소위 일방처리를 두고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과 같다”며 “대통령 선거 다음 날, 첫 입법 행위가 민생이 아닌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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