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함께 공약서 읽어보니… “어려운 단어 많아 못 읽겠어요” [심층기획-2025 대선 매니페스토-내일을 바꾸는 약속]
공약서 전반적 형식도 걸림돌로 작용
“점자공약집처럼 법적 장치 마련 필요”
“너무 힘들어요. 지금 머리도 너무 아프고, 더 이상 못 읽겠어요.”
지난 20대 대선 때 나온 공약서를 읽던 발달장애인 문석영(33)씨는 지난달 16일 머리를 감싸쥐며 주름이 잡힐 정도로 미간을 찌푸렸다. 재정자금, 패러다임 전환, 매칭 고도화, 수요에 부응, 복합개발…. 무슨 뜻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단어가 줄지어 나온 탓이다. 발달장애란 지적장애, 자폐 등 성장기에 또래에 비해 발달 속도가 느린 장애를 뜻한다.

세계일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에서 발달장애인 5명과 지난 대통령선거 공약서를 함께 읽으며 그룹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공약서를 읽으며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다는 말을 자주 반복했다. 한국에서 ‘쉬운 정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된 2015년 전후. 10년이 흘렀지만 아직 정보약자에 관심이 있는 단체가 자비를 들여 쉬운 공약집을 만든다.
공약서의 전반적인 형식도 발달장애인에게는 걸림돌이다. 공약서는 사진 한 장과 공약 세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약서에는 임신·출산·양육을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내용에 엄마 손가락을 잡고 있는 아기 손 사진이 들어가 있다. 이를 보고 박경인(30)씨는 “아기를 더 낳으라는 의미로 사진을 넣은 것 같은데, 공약에 나와 있는 ‘개인과 가족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차라리 공약 내용을 설명하는 사진이면 이해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했다.

쉬운 공약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효정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사무국장은 “현행 공직선거법이 점자공약집을 내도록 규정한 것처럼 쉬운 공약집도 법으로 의무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간단한 말이 아니라 맥락이 포함된 정확한 쉬운 공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니페스토취재팀=조병욱·장민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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