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이 유배지에서 편지 보내 아들에게 추천한 책

김용찬 2025. 5. 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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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현대적 해석으로 재탄생... <시경 강의 1>, 우응순, 북튜브, 2022.

[김용찬 기자]

"삼백편(시경)은 충신, 효자, 열부, 친우들의 가엾어 슬퍼하고 충과 도타운 마음의 소산이다.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시가 아니며, 진실을 찬미하고 허위를 풍자하며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는 생각이 없으면 시가 아니다." (정약용의 <다산전서>, '아들 학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가족들을 두고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를 떠났던 정약용은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왜 <시경>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언급했다고 한다. <시경>에 수록된 작품들을 통해서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며,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는 생각'이 담겨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하겠다.

유가(儒家)의 경전 가운데 하나인 <시경(詩經)>은, 실상 그 문체에 익숙하지 않다면 원문으로 읽기가 만만치 않은 저작이라고 하겠다. 우선 번역을 하지 않는 허사(虛辭)가 많고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을 비유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학자들도 주석을 했던 주자의 학설을 우선 수용하면서, 주자의 해석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서 부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이해하는 것에 머무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책표지
ⓒ 북튜브
<시경(詩經)>은 이른바 '삼경(三經)'에서도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동양의 정치사상과 학문을 논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문헌이다. 공자(孔子)가 편찬했다고 알려진 <시경>은 중국 각 지역의 민간 가요를 모아 엮어 모두 305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렇기에 옛 기록에서 '시삼백(詩三百)' 운운하는 표현은 전적으로 <시경>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민간 가요를 수집한 '국풍(國風)'은 중국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파악하는데 있어 주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의 지식인들도 유가를 주요 이념으로 떠받들었기에, <시경>은 유가의 다른 경전과 더불어 그들의 문예 수양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었던 문헌이었다.

이 책 <시경 강의 1 : 주남·소남>(2022년 2월 출간)은 '우공이산'이라는 공부 모임에서 강독했던 <시경>의 강의록을 토대로, 저자가 각종 주석을 참고하여 원문과 번역문을 제시한 후 여기에 해당 항목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강의를 담당했던 저자와 이를 풀어 글로 옮기고, 또 다른 이가 다시 교열을 거쳐 출간했기에 두 사람의 노고가 합쳐져 이루어진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응순(강의)'씨와 '김영죽(정리)'씨가 공동저자로 올라 있다.

나 역시 오래 전에 <시경>의 원문과 주석을 읽고 강독한 경험이 있어,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의 번역문과 해설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경>에는 모두 305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 강의 전체의 내용은 10권으로 예정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결과물인 이 책은 '국풍'의 앞부분에 위치한 '주남'과 '소남'에 수록된 25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의 노래를 수집하여 엮은 <시경>은 민중들의 노래인 '풍(風)'과 이를 바탕으로 궁중음악으로 향유되었던 '아(雅)', 그리고 제후국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한 음악으로서 '송(頌)' 등 크게 3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국풍(國風)'이라고도 하는 '풍'이 <시경>의 앞부분에 배치되어 있는데, 15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각각의 제후국에서 채집한 노래들을 한시 형식으로 수록하고 있다.

실용서를 제외한 모든 책들을 불태웠던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인해서, <시경> 역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 거센 탄압을 피해 살아남은 문헌들이 하나씩 발견되기 시작했고, 이후 많은 학자들의 노력으로 원문 비평과 교정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현전하는 <시경>의 텍스트는 모형이라는 사람이 정리하여 주석한 판본으로, 그의 성을 따서 이른바 '모시(毛詩)'라고 불리고 있다. '모시'를 근간으로 송나라의 주희(주자)가 상세한 주석을 덧붙여 편찬한 <시집전>을 엮어냈는데, 이 문헌이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수용되어 지금까지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시경 강의>를 기획하여 첫 번째 결과물을 출간하면서, 저자는 먼저 '들어가며'에서 "<시경>은 어떤 책인가?'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시경>이라는 문헌이 동양사상에서 지닌 역할과 의미 등에 대한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시경>의 '국풍' 가운데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첫 번째 책으로 선정했음을 밝히고, 주자의 주석을 제시하면서 이를 저자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쉽게 풀어서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풍'에 수록된 작품들은 해당 지역명을 적시하고 있기에, 저자는 '주남'과 '소남' 역시 중국의 옛지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시안(西安) 지역에 존재했던 주나라의 남쪽 지역의 민요를 채집하여 '주남' 항목에 수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주남'의 '남(南)'이라는 표현을 당시의 음악 스타일의 일종이라고 해석하는 주장도 있다.

'주남'에는 모두 1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소남'의 14편과 함께 1권에는 모두 25편의 노래에 대한 해석과 저자의 강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주남'의 가장 첫머리에 수록된 '관저(關雎)'편은 군자가 좋은 짝이라는 의미의 '군자호구(君子好逑)'와 군자의 짝으로서 자질을 갖춘 '요조숙녀(窈窕淑女)'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주자는 이를 일컬어 주나라 문왕과 그의 부인인 태사의 덕을 칭손한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저자는 주자의 이러한 해석을 고려하더라도, 그저 남녀가 부부로 결합하는 과정을 노래한 작품'으로 파악하여 당시에 민중들에게 불렸던 노래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체로 각 작품에 교화론적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하는 것이 주자의 관점인데, 저자는 주자의 주석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보다는 당시 중국 민중들이 불렀던 노래들의 진솔한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한다.

특히 최근 <시경>의 번역에 있어서도 주석의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원문을 문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고 이해된다. 즉 <시경>의 작품들도 결국 하나의 문학 작품이라면, 작중의 화자에 초점을 맞추어 그 의미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주자의 해석에만 기대지 않고, 독자 스스로 화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감상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조선시대 문인들의 한시는 물론 시조와 가사 등 시가 작품들에서도 <시경> 구절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어, 고전시가를 전공하는 나로서도 저자의 이러한 관점에 공감할 수 있었다. 현재 4권까지 출간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시경> 전체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룬 강독과 해설의 성과가 완간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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