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모의 역사 살롱] '계륵' 윤석열

닭갈비를 뜻하는 한자인 '계륵'은 고사성어로 잘 알려져 있다. 먹자니 별로고, 버리자니 아깝고. 고비마다 성명이랍시고 속내를 드러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국힘에게 이번 대선은 상반되는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극이다. 정신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더 그렇다.
국힘이 숭앙하는 박정희는 '시월 유신'으로 종신집권을 꿈꾼 사람이다. 윤석열 또한 친위 쿠데타로 그 길을 가려 했다. 시간차는 있지만 중도에 일을 그르친 것까지 포함하면 둘은 비슷한 행로를 걸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면은 하늘과 땅만큼 격차가 크다. '유신(維新)'이란 타이틀을 내건 박정희는 이른바 "명분에 죽고 명분에 사는" 지사(志士)를 열망했던 캐릭터다.
반면 윤석열은 자신이 한 행동을 부인하면서 부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양아치 같은 존재다. 조금 전 이야기와 지금 하는 말이 맞지 않을 정도로 자기분열이 심하다. 박정희가 살아있다면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을 부류다.
박정희는 생전에 자신을 "일본군에 잠입해 활동하던 비밀 광복군"이었다는 글을 써 아부하던 박영만에게 "내가 언제 광복군이었느냐"며 호통을 친 바 있다.
미학적 세계관을 지닌 그에게 과거 세탁은 구질구질한 것이었다. 이런 심성은 지사들의 목숨을 요구했던 유신의 뿌리, 19세기 일본 '메이지유신'을 가슴에 깊이 각인시킨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현실은 박정희와 윤석열이 사이좋게(?) 동거하는 모양새다. 윤석열을 내치자니 강성 지지자들이 밟히고, 품고 있자니 계속 걸리적거리고.
국힘은 대선 기간에 이 딜레마를 벗어날 수 있을까? 적어도 박정희를 '구국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면, 윤석열을 그와 같은 반열에 놔둬서는 안 된다. 그렇게 못 한다면 그건 '패륜'이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