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오라고 했는데 안 갔어요”...세명 합쳐 특허 1천건, 발명왕들이 떴다
삼성·LG서 30여년 근무
반도체 특수공정 장비 등
3인 특허출원만 1000건
중국업체 스카웃도 거절
“내 조국·기업 지켜야죠”

발명의 날 60주년(19일)을 앞두고 ‘평생을 특허에 바친 사람들’을 만났다. 각각 대기업에서 30년 넘게 연구개발에 매진해 수백 건의 특허를 내고, 퇴직 이후 인생 2막은 특허청에서 전문심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신 심사관과 김진석 심사관(57)은 삼성디스플레이에 오래 재직했고, 양중환 심사관(58)은 LG디스플레이에서 OLED나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개발했다.
세 사람이 보유한 특허를 합치면 1000건에 달한다. 재직 시 각종 기술상과 특허상을 휩쓸며 ‘발명왕’이라고 불린 특허의 달인들이다. 매경 인터뷰를 위해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오래 사귄 동료처럼 ‘척하면 척’ 단어 하나로 다 통했다. 양 심사관은 “여기 다 똑같다. 선수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며 웃었다.
신 심사관이 삼성을 다닐 적 별명은 ‘아이디어맨’이었다. 30년 간 회사를 다니며 자신이 대표로 출원한 특허만 630건이고, 공동특허까지 포함하면 1000건이 넘는다. 아이디어맨이 된 비결을 묻자 신 심사관은 “끊임없이 메모한다”고 답했다. 그는 “아이디어의 70%는 책상 밖에서 떠오른다. 산책할 때, 버스탈 때, 샤워할 때, 언제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메모할 준비를 한다”고 했다.
발명왕이 되는 방법으로 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메모를 강조했다. 세 사람 모두 인터뷰 내내 자신의 노트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적었다. 양 심사관은 “고등학생 때 교련 선생님이 책을 100권 주면서 읽고 메모하라고 시켰는데 그때부터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지금도 무언가를 읽을 때면 항상 옆에 펜과 종이를 둔다.
또 다른 비결은 호기심이다. 김 심사관은 “현상과 기술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메커니즘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며 “머릿속에서 이미지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디스플레이 적층 구조에 관한 특허를 낼 때 거절 의견서를 받은 적이 있는데, 머릿속에서 3D로 그림을 그리니 해결책이 보였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호기심은 타고나는 걸까, 훈련하는 걸까. 이들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공부가 중요한 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 심사관은 “불편함을 느끼는 게 특허의 반 이상인데, 불편함을 느끼려면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했다. 양 심사관 역시 “새로운 게 무엇인지를 스스로 항상 물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머릿속에 새로운 게 유입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오랜 고민과 갖은 고생 끝에 특허가 나오지만, 수백 건의 특허를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양산화되어 제품으로 나온 특허들은 절대 잊을 수 없다. 김 심사관은 1999년 웨이퍼에서 부산물을 제거하는 반도체 공정 장비를 개발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미국에서 공급받던 장비를 국산화한 것이다. 김 심사관은 당시 소식을 보도한 매일경제신문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에도 매일경제를 챙겨 읽었는데, 마침 아내가 코팅까지 해서 갖고 있더라”며 웃었다.
![김진석 특허청 전문심사관이 보관하고 있던 1999년 5월 21일자 매일경제신문. 당시 반도체 공정 장비를 국산화해 삼성전자 기술사업성과 인센티브를 받았다. [사진=김진석 심사관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3/mk/20250513153606837mmya.jpg)
발명왕으로 살았던 이들은 이제 특허청 심사관으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중국 업체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지만 조금의 고민도 없었다고 했다. 김 심사관은 “삼성에 청춘을 바쳤는데 배신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양 심사관도 “지금 디스플레이 시장은 한중 간 경쟁이 격화된 상황인데 동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공부를 좋아하는 성격도 한 몫 했다. 신 심사관은 “신기술을 계속 접하고 논문을 읽고 싶은데, 특허청 심사관이 되면 계속 이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게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다른 두 심사관도 고개를 끄덕였다.
발명왕들도 특허청에서는 아직 신입이다. 임용된 지 1년도 안 된 이들은 지도심사관에게 심사를 배우는 중이다. 지난해 8월 임용되어 심사관으로서는 가장 선배인 김 심사관은 “지도심사관의 실력이 뛰어나다”며 혀를 내둘렀다. 평생 연구개발을 한 덕에 기술을 빨리 이해하지만, 아직 특허와 변리사의 언어가 낯설다. 그는 “한국 심사관들이 다른 나라보다 근거 레퍼런스를 세세하게 기록한다”며 “선배들이 만든 전통인 만큼 누가 되지 않도록 잘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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