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관세전쟁’ 직격탄 맞은 LA 항구
5월 LA 컨테이너 수입량 25%↓ 예상
항구 관련 100만명 이상 일자리도 ‘위태’
“‘황금 시대’로의 전환이 요구하는 대가"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은 가운데, 미국 최대 컨테이너 항구인 로스앤젤레스(LA) 항구가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 이후 LA 항구에 도착하는 화물 컨테이너 수가 급감했으며, 앞으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주 로스앤젤레스(LA) 항구에 도착한 화물 컨테이너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심각한 수준으로, 이번 달 LA로 향할 예정이던 초대형 선박 중 5분의 1 이상이 이미 입항을 취소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번 달 LA 항구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25%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같으면 바쁘게 돌아가야 할 LA 항구 내 기계들도 멈춰 선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항구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워터프론트 로지스틱스에서 전반적인 공급망 정체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며 “사용되지 않은 트레일러 새시들이 마당에 높이 쌓여 있고, 그 근처에는 수백 개의 컨테이너가 방치돼 있다”고 전했다. 워터프론트는 트럭 운송 차량, 창고, 화물 환적 시설을 갖춘 제3자 물류(3PL) 회사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산 상품에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대해 중국도 ‘보복 관세’로 맞섰다. 양국 간 관세 전쟁은 전자제품, 의류, 가구, 산업 부품 등 다양한 상품의 태평양 교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의 전체 수출은 4% 증가했지만, 대미 수출은 21% 감소했다. 중국산 제품이 이제는 유럽,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화물 운송, 보관, 하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시픽 컴퍼니즈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조셉 그레고리오 주니어는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30일도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급자족형 미국 경제로의 전환을 강행할 경우, LA 항구뿐 아니라 시애틀, 휴스턴, 볼티모어, 뉴욕 등 다른 주요 항구들도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A 항구의 침체는 지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LA 항만청에 따르면 남캘리포니아 5개 카운티 지역에서는 9명 중 1명이 화물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며, 운송업자, 브로커, 창고 노동자, 트럭 기사, 부두 노동자 등을 포함한 종사자 수는 100만 명 이상에 달한다. 캘리포니아 프레즈노에 본사를 둔 트럭 운송 회사 TGS 로지스틱스는 최근 트럭 운전기사 20명과 사무직 직원 6명을 해고했다.
수입업체들의 재고 상황도 악화 중이다. 현재 유통업체들의 재고 비축량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는 몇 주 안에 매장에서 일부 제품이 품절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공급업체에 출하 중지를 요청한 한 미국 오디오 장비 수입업체 대표는 “현재 중국 공장에 쌓여 있는 제품에 부과될 관세만 100만 달러가 넘는다”며 “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크 뮤로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자급자족 경제 비전은 수입을 줄이고 제조업을 늘리는 방향”이라며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지리적으로는 민주당 지지 성향의 해안 지역이 더 큰 타격을 받고, 공화당 성향의 내륙 지역은 공장 신설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주말 동안 미국과 중국 대표단이 스위스에서 회담을 갖는 사이, 부두 노동자들은 근무 시간을 줄이고 있다”며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작스러운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미국인을 희생시키는 세계 무역 질서’에서 그가 약속한 ‘황금 시대’로의 전환이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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