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요청에도 ‘명태균 의혹’ 홍준표 자료 안 넘기는 검찰
“내용 뒤섞여 있어 기록 일체는 불가
홍 전 시장 관련 부분 발췌도 불가능”
검찰 공유 비협조에 경찰 수사 지연

경찰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수사기록을 넘겨달라고 요청했으나 검찰이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전 시장 사건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수사의 한 갈래다.
경찰은 검찰의 비협조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검찰은 홍 전 시장 관련 진술이 수사기록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 일부만 발췌해 제공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에 홍 전 시장 관련 수사기록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검찰은 제공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홍 전 시장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경찰에 넘긴 자료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 시민단체의 고발장이 전부다.
앞서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던 창원지검은 지난 2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오세훈 서울시장과 관련한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등 옛 여권 주요인사와 관련한 사건들을 중앙지검으로 이송하고, 홍 전 시장 사건은 관할을 고려해 대구지검으로 넘겼다. 대구지검은 다시 사건을 대구경찰청으로 보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명씨 관련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수사기록을 공유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검찰로부터 홍 전 시장 사건을 넘겨받은 지 두 달 넘게 지난 이달 8일에야 첫 참고인으로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 소장을 불러 조사했다. 첫 조사에서 경찰은 김 전 소장에게 명씨와의 관계를 비롯한 기초적인 사실관계만 물었고, 홍 전 시장 혐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조사를 시작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 부부, 오 시장 등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련 기록을 경찰에 넘길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건 관계자들의 조서에 여러 피의자의 혐의와 관련한 내용이 뒤섞여 담겨있어, 경찰 요청에 응하면 홍 전 시장 혐의와 관련이 없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기록까지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기록 일체를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홍 전 시장 관련) 부분을 발췌해 제공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자들이 증거자료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얼마든지 관련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사건 관련자들은 여러 검찰청이 너무 많이 출석을 요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토로해 왔다. 김 전 소장은 “같은 진술을 여기저기서 반복해서 하고 있다”며 “수사기관 간의 문제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 언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만간 강혜경 전 미한연 부소장으로부터 홍 전 시장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예정인데, 이 또한 검찰이 이미 확보하고 있다.
홍 전 시장은 2021년 20대 대선 국민의힘 경선과 2022년 지방선거 때 명씨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이를 측근 등에게 대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21대 대선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지난 10일 미국으로 떠났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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