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EU에 '잠재적 안보 위협'? 미국 출장 직원에 간첩 방지용 휴대폰 지급
EU 위원회 "미국의 시스템 개입 우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는 직원들에게 간첩 방지를 위한 일회용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 등을 지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유럽에 대한 일방적 비난과 관세 부과 등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오래 이어져 온 '대서양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 4명을 인용해 EU 집행위의 새로운 지침을 보도했다. 이들은 "다음 주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하는 위원과 고위 관리들도 이 같은 지침을 받았다"고 FT에 전했다. 3명의 EU 위원들은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감시 우려가 있는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적대 국가로 향할 때 적용되던 조치였다. 그러나 최근 서방의 오랜 동맹국이었던 미국에 대해서도 시스템 개입을 우려해 같은 규정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FT는 "EU가 미국을 잠재적 안보 위험으로 여긴다는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한 후 관계 악화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EU는 미국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비난하며 EU의 수출품에 대해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한 뒤 돌연 90일 유예를 선언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일시 중단하고 유럽에 대한 안보 보장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끊임없이 EU와 대립해왔다. EU 당국자는 "대서양 동맹은 끝났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특히 미국과 관세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EU가 미국의 정보 수집을 더욱 경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협상을 위해 양측 모두 상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려 드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브뤼셀지정학연구소 뤼크 판미델라르 소장은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적대국은 아니지만, 자국의 이익과 권력을 확대하기 위해 불법적 수단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경 요원에게는 방문객의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압수해 내용물을 확인할 권한이 있어 미국행의 추가적인 위험요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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