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호협회의 '체외순환사' 지우기?…"심장수술 멈출 것" 반발
심장수술 때 반드시 투입돼야 하는 필수 의료인력이지만, 지난 50여년간 우리나라에서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흉부외과의 그림자'가 있다. 바로 '체외순환사'다. 이들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하려는 시도가 간호법 통과를 계기로 속도를 내려는 가운데, 간호법 하위법령안(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드는 대한간호협회가 체외순환사 고유 업무를 인정하는 법령안을 따로 만들지 않으면서 사실상 '체외순환사의 존재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이에 흉부외과 의사들과 체외순환사들이 크게 반발할 조짐이다.
10일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 협회가 만든 간호법안 하위법령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런데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하위법령안에서 체외순환사의 존재는 삭제됐고, '흉부외과 진료지원간호사(PA)'에 체외순환사 업무를 편입시키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 핵심 관계자 A씨는 이날 기자에게 "2023~2024년 머니투데이에서 '흉부외과의 그늘'로 살아가는 체외순환사의 존재를 연속 보도한 것을 계기로, 체외순환사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법제화 작업에 착수했다"며 "그러던 중 마침 간호법이 통과됐고, 체외순환사 대다수가 간호사 출신임을 고려해 간호법 하위법령으로 체외순환사의 존재와 업무 범위를 인정해 법적 보호하기로 간호협회 관계자들과 의견을 맞춰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A씨는 "하지만 지난 2월 '강성파'로 꼽히는 신경림 간호협회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간호사들을 끌어안으면서 흉부외과 PA 직군 안에 체외순환사를 넣겠다고 한다. 이 사실을 어제(9일) 뒤늦게 전해 들었다"며 "전문 분야로 키워야 할 체외순환사를 간협이 전문가 단체(흉부외과학회·대한체외순환사협회)와 단 한 차례의 상의도 없이 흉부외과 PA로 편입시키려는 행위에 대해 굉장히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흉부외과학회는 15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체외순환사 양성 교육을 실시해왔다. 6년 전부터는 '체외순환아카데미'를 별도 설립해 전문교육과 체외순환사 인증·재인증 절차를 도맡아왔다. 흉부외과학회는 이번 간호법 하위법령에서 체외순환사를 정식 직군으로 분류만 해주면 간협과 MOU를 체결한 후 간협에서 의뢰받아, 체외순환사 교육을 대신 하겠다는 로드맵까지 세웠다. 하지만 하위법령안에서 체외순환사가 별도 분류되지 않은 것을 확정 발표하면 흉부외과학회와 대한체외순환사협회는 면허 반납, 파업 등 강력 대응까지 불사하겠단 입장이다.
A씨는 "예외를 인정하면 다른 특수 파트들도 따로 분류해달라고 할까 봐 체외순환사를 별도 분류하지 않겠다는 게 신경림 간협 회장의 의지라고 들었다"면서 "이에 반발해 체외순환사들이 특수성을 어필하기 위해 전국 동시 파업이라도 선택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심장 수술은 멈출 것이고,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체외순환사협회 이옥숙 회장은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간협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체외순환사 존재를 별도 인정하지 않고, 흉부외과 PA 직군에 체외순환 업무를 싸잡아 넣으려 한다"며 "신경림 간협 회장에게 묻고 싶다. 과연 체외순환사들을 간호사들이 교육할 수 있는지"라고 쓴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간협 관계자는 기자에게 "오늘 공개할 간호법 하위법령안에 대해 사전 공개할 수 없다. 내용은 현장에서만 공개할 예정"이라며 "발표 내용(하위법령안) 발제자도 발표 준비 때문에 전화 인터뷰 연결이 어렵다"고 했다.
대한체외순환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진행한 심장혈관 질환 수술 건수(소아 포함)는 9만6995건으로, 체외순환사 1명이 1년에 210~220건을 맡는다. 2023년 10월 강기윤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2023년 10월 24일자 머니투데이가 [단독] "없으면 수술 마비"…흉부외과 '불법' 투명인간 국감 첫 등장이라는 제목의 기사 출력물을 들어 보이며 "체외순환사에 대해 들어봤는가"라고 물었지만 조규홍 장관은 "이번에 질문한다고 (머니투데이 기사를 통해) 접하면서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체외순환사 존재의 중요성은 인정한다"면서 "기존 면허와의 관계, 현장 의견을 수렴해 (공식 직종으로 인정 여부를)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체외순환사 250명이 암암리에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간호사(79.6%), 임상병리사(10.4%), 방사선사(2.4%), 응급구조사(1.2%) 등 출신으로 간호사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체외순환사 법제화'가 절실했던 흉부외과학회와 대한체외순환사협회는 간호법 안에서 체외순환사들을 법적으로 보호·인정하려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옥숙 회장은 "흉부외과 PA는 병동을 관리하고, 심장 수술을 어시스트하고, 중환자실을 담당하지만, 체외순환사는 그런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체외순환사는 심장 수술 때 에크모, 체외순환기를 작동시키며 심장을 멈추는 일을 한다. 에크모는 체외순환사만 작동시킬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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