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혈도 간척지→‘역간척’…60여년 만에 ‘갯벌’ 살려낼까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5. 4. 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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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반세기 넘어 혈도 재자연화 추진…민간주도 국내 첫 사례될까
해남군농민회 주최, 군의회·추진위 주관…‘혈도 역간척 추진 대책’ 토론회
혈도 간척면허 무효화·‘명량 1597프로젝트’ 청사진·주민 대응 전략 제시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 해남 '혈도 역간척(逆干拓)' 어떻게 해야 할까. 해남 문내면과 황산면 일원에 위치한 혈도 연안 복원을 위한 토론회가 3월 31일 오후 군의회에서 열렸다. 태양광사업이라는 현실적 벽을 뚫고 간척한 지 50년이 훌쩍 넘은 혈도를 갯벌로 되돌릴 수 있을까. 서명부 위에 놓인 '역간척' 피켓 ⓒ시사저널 정성환
3월 31일 오후 해남군의회 1층 주민소통실에서 열린 '혈도(피섬) 역간척 추진을 위한 대책' 토론회 참석자들이 '혈도 역간척' '혈도 태양광 반대' '혈도를 주민의 품으로'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퍼포먼스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해남 '혈도 역간척(逆干拓)' 어떻게 해야 할까. 해남 문내면과 황산면 일원에 위치한 혈도 연안 복원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태양광사업이라는 현실적 벽을 뚫고 간척한 지 50년이 훌쩍 넘은 혈도를 갯벌로 되돌릴 수 있을까. 이 같은 의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위한 공론장이 마련됐다. 간척지에 다시 바닷물을 유입해 본래의 갯벌로 복원하는 재자연화, 이른바 '역간척 추진'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해남 황산·문내 일원 8개 마을(문내8, 황산1)에 인접한 혈도(血島). 이곳은 정유재란 당시 치열한 전투를 벌인 명량해전으로 수많은 조선수군과 왜군 사상자들이 흘린 피가 만(灣)으로 흘러들어 땅까지 선연한 핏빛으로 물들였다 해서 '혈도(피섬)'로 명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간척지는 1952년 IBRD 차관을 도입해 일제법 '조선공유수면 매립령', 1961년 공유수면 매립법을 근거로 농지 확보 차원에서 개인에게 간척면허권이 주어져 당시 박철웅 전 조선대 이사장이 갯벌을 막아 1969년 완공했다. 이후 현 소유주인 모아주택과 모아건설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해남 '혈도 역간척(逆干拓)' 어떻게 해야 할까. 해남 문내면과 황산면 일원에 위치한 혈도. 태양광사업이라는 현실적 벽을 뚫고 간척한 지 50년이 훌쩍 넘은 혈도를 갯벌로 되돌릴 수 있을까. 혈도 간척지 내 농경지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혈도 역간척' 어떻게 할까…'구체적 고민' 논의 장 섰다

해남군농민회와 해남군의회, 혈도역간척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주최·주관한 '혈도(피섬) 역간척 추진을 위한 대책' 토론회가 3월 31일 오후 군의회 1층 주민 소통실에서 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혈도 간척지를 역간척해 혈도의 자연환경과 연안습지를 복원하고 혈도 및 인근 옥매산의 역사와 생태를 활용한 근대문화 유산 지정, 울돌목 생태계를 보전하자는 취지에서다. 추진위는 역간척이 추진돼야 할 물리적 공간을 울돌목~혈도 간척지~옥매산 육역 및 해역을 핵심구역으로, 해남 일원을 완충구역으로, 진도수역을 협력구역으로 획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혈도 생태계 복원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추진 동력 확보 방안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연환경국민신탁 전재경 대표이사는 "혈도 역간척은 법률분석을 기반으로 혈도 일원의 환경정의를 구현하고 주민생존권을 되찾음을 실천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혈도는 1952년 농지 확보 차원에서 개인에게 간척면허권이 주어져 개발된 것으로 주민들에게는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공유수면 이용 권리가 박탈된 만큼 이제라도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지역재생을 사회경제적 목표로 삼아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해남군의회 이성옥 의장은 "혈도지역 신재생복합단지(태양광사업) 조성사업과 관련해서는, 환경훼손 우려와 주민들의 생존권 그리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해 제기된 역간척이라는 대안은 자연을 회복하고, 지역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중요한 논의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토론회는 자연환경국민신탁과 함께 진행됐다. 수년 전부터 혈도역간척추진위원회와 함께 혈도 역간척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자연환경국민신탁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기부를 통해 자연환경자산 등을 매입 확보한 후 민간주도로 보전·관리하는 운동을 하는 환경부 특수법인이다. 

해남군농민회와 해남군의회, 혈도역간척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주최·주관한 '혈도(피섬) 역간척 추진을 위한 대책' 토론회가 3월 31일 오후 군의회 1층 소통실에서 열리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전승수 교수 "늦더라도 주민투자 협의체 구성·사업수행·투자분배가 바람직" 

토론회 발제는 전승수 교수(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가 '역간척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가 '혈도간척면허 무효화 및 전원개발계획에 따른 주민대응'을 주제로 각각 했다. 토론은 이무진 해남군농민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박종기 해남문화원 이사. 오영상 광주의숲 대표, 김문재 혈도역간척추진위원회 회장, 황은주 세계자연보전연맹 한국위 사무총장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제1 발제자로 나선 전 교수는 간척지 복원사례로 영국의 월러시 섬 야생 연안 프로젝트와 네덜란드의 워터두넨(Waterdunen), 독일의 와덴해 갯벌 생태마을 등을 제시했다. 특히 전 교수는 혈도 생태 복원 방향으로 독일 북서쪽의 작은 섬 '랑어욱(Langeoog)' 사례를 중점 소개했다.  

주민이 1800여명 밖에 되지 않는 이 섬에 여름이면 하루 1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지난 1986년 이곳의 제방을 트고 간척사업을 중단하면서 갯벌 생태계가 되살아난 결과였다. 랑어욱은 이제 독일 내에서도 가장 부유한 마을 가운데 한 곳으로 변했다.

자연 생태를 상품화한 랑어욱은 자동차 출입 금지 지역으로, 자전거를 이용해야만 하는 친환경 생태 지역이다. 랑어욱은 1923년쯤에 이뤄진 간척 사업으로 몇 년 전만 해도 삭막한 간척지였다. 못 쓰는 땅을 활용하기 위해 시작된 간척 사업으로 소를 키우려던 계획을 되돌려 1986년 간척사업을 중단하면서 금지 법안까지 만들었다.

더불어 갯벌을 살리자는 바람이 불면서 역간척 프로젝트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간척지를 없애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각종 철새들이 찾게 되기까지는 10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역간척으로 생태가 복원되면서 주민들은 경제적인 생활 뿐 아니라 삶도 윤택하게 변했다고 한다. 자동차가 없어서 소음 없고, 공기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발제자인 전승수 전남대교수가 3월 31일 오후 군의회 1층 주민 소통실에서 열린 '혈도(피섬) 역간척 추진을 위한 대책' 토론회에서 청중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 ⓒ시사저널 정성환

수십년간 지역갯벌을 조사해 온 전 교수는 "이미 간척돼서 육지화된 곳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대한민국 자연생태계에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며 "갯벌보존 및 염습지 복원으로 연간 3조∼4조원의 관광수익을 얻는 '독일 갯벌국립공원'을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민간 습지 보호를 전제로 한 혈도 재자원화 사업 방향을 제안했다. 우선 대규모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서 그 과실이 외부로 돌아가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지자체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선호하는 외부 투자 유치가 아니라 늦게 가더라도 주민협의체 구성 및 주민투자에 의한 주민사업체에 의해 모든 사업을 수행하고, 주민사업체 산하 관리위원회가 주민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또 △해수부·환경부·농어촌공사가 보호 관리 및 자연습지 조성하되 주민협의기구와 협의 추진 △독일 랑어욱 '3무(無)' 예처럼 특별하고 차별적인 원칙 제정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 구상 등을 제안했다. 

순항할까…소유주, 태양광사업 '암초' vs 정부, 갯벌 복원 환영 분위기 

혈도 역간척 사업이 성공한다면 국내 첫 민간주도 역간척사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역간척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까. 해당 부지를 사기 위해 지역 공동체에서 1/3에 해당하는 기금을 모금하고 1/3은 전남도와 해남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토지주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골격이다. 

2023년 기준 간척지 땅값 600억원, 공사비가 200억원으로 추산됐다. 혈도를 자연상태로 복원해 주민 품으로 돌려주고, 여러 사람들의 공유지로 만들어 쓸려면 총 800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 가운데 역간척 사업비(200억원)에 대해선 해수부 실무선에서는 예산지원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제기구의 생태환경 보호 노력과도 무관치 않다. 유엔(UN)은 우리 해역의 30% 가량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입장에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전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에서 혈도 역간척사업의 경우 B/C(비용 대비 편익)가 '1'을 넘기며 사업추진이 순탄할 것으로 관측했다. 정부는 대체로 B/C가 1이상일 때 신규사업 시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전 교수는 특히 국내 최초로 완전히 간척된 농지를 복원하는 사례로 많은 국가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역간척은 유엔의 해양보호구역 확대 전략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유엔의 압력을 받고 있는 해수부로선 민간 주도 갯벌 복원을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다. 국비 조달에 목을 매고 있는 지자체와도 상당부분 이해가 닿는다. 현재 해수부는 갯벌법에 의해 갯벌 복원에만 150여억원을, 환경부는 습지보전법에 따라 각각 지원하고 있다. 육지 부분에선 농림부의 지원이 기대된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해수상승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잘 활용할 경우 더 많은 국비를 끌어 올 수 있다고 전 교수는 조언했다.      

그럼에도 추진위의 희망대로 사업 추진이 순순히 잘 풀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러 정황상 녹록치가 않다. 최대 걸림돌은 대상지가 사유지라는 점이다. 역간척이 실제 진행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주의 의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작 에너지 공기업과 손잡고 신재생복합단지 조성(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혈도 태양광 발전사업은 남동발전이 사업추진을 위해 토지 소유주인 모아건설 측에 사업 부지를 임대받아 전남도와 해남군에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4월에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하고 토지 소유주와 특수목적법인(SPC)인 해남희망에너지를 설립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에 전원개발사업 실시설계 승인 신청 단계에 있다. 

혈도간척지 176만평(약 583만㎡)에는 7000억원을 들여 400MW급 태양광발전소를 비롯한 복합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400㎿는 단일 면적으론 전국 최대 규모로, 2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에 대해 추진위 측은 혈도 간척면허 무효 확인소송 제기와 '명량 1597 프로젝트' 등 태양광 발전사업 저지 투쟁을 병행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혈도 간척지 매입 국민 캠페인도 펼친다. 한편으론 토지주, 사업자와의 재판상 화해 유도 등 강화(講和) 전략도 편다. 

무엇보다 토지 소유주의 의향과 함께 지역 행정과 정치권의 입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토지에 대한 법적 문제를 해결한 뒤 주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주민위원회를 구성해 지자체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남군과 군의회는 '군민 다수의 뜻'에 따르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표명할 뿐 다소 미온적인 태세여서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추진위 측의 불만을 사고 있다. 추진위는 해남군과 군의회의 적극인 협력과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역간척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함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들은 많다. 출향기업인이 전남 장성호에 설치하려던 태양광 사업은 군의회가 주민 민의를 수용해 '장성군 관내 모든 호소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 사업 추진을 원천 봉쇄했다. 이는 지방의회가 사업자와 주민간의 갈등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사안으로 평가받아 국회 전자도서관에 등재돼 있다. 

갯벌 최인접 염전에 태양광 발전?…제동 건 고창군

세계자연유산 전북 고창갯벌도 주변 염전이 태양광으로 뒤덮일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결국 고창군이 직접 갯벌 최인접 염전부지 총 216만2925㎡(65만평) 규모의 삼양염전(삼양염업사)을 수백억원을 사들여 태양광 설치를 막았다. 행정구역 전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청정 고창'에 태양광 밭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양염업사는 지난 2018년 태양광 발전 업체 A사에 이 땅을 562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때 연간 2만5000톤의 천일염을 생산하던 염전이 해를 거듭할수록 생산량도, 수익도 줄자 매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A사는 일조량이 풍부한 염전이 태양광 발전엔 최적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고창 지역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고창군은 2019년 염전 부지가 있는 심원면과 해리면 일대 395만8800㎡(약 120만평)를 개발 행위 허가 제한 지역으로 묶었다. 향후 3년간 건축과 형질 변경, 토석 채취 등을 못하게 막아 버린 것이다. 당시 고창은 염전 인근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준비 중이어서 태양광 발전 단지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봤다. 

고창군 관계자는 "이 부지는 염전이 폐쇄된 지 25년이 지나 생태계가 상당 부분 복원됐고, 해안과 내륙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어 보존 필요성이 높았다"며 "염전 부지에 태양광발전시설 등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서둘러 개발행위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해 7월 고창 군의회는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고 "태양광 발전 시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군은 5년간 법정 공방도 벌였다. A업체는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한 고창군의 규제가 과도하다며 행정 소송으로 맞섰다. 이 회사 측은 "염전 땅을 개발하지 못해 재산 피해가 컸다. 규제가 적절했는지 법의 판단을 받겠다"고 나섰지만 법원은 고창군 손을 들어줬다. 

한편으론 A업체를 설득했다. "염전의 근대 문화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며 염전을 사들여 갯벌 센터와 염생 식물원, 자연 생태원 등이 있는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2020년부터 3년에 걸쳐 예산 680억원을 들여 국제 규격 축구장 300개 규모의 A사 염전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재정 자립도 8.5%, 연간 군 예산이 7000억원대에 불과한 고창군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A업체는 결국 부지 매각을 결심했고, 고창군은 2023년 말까지 전체 염전 부지 65만평 중 약 55만평을 매입했다. 고창군 관계자는 "태양광 시설 대신 친환경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당시 염전 매입의 결단을 내린 민선 7기 유기상 전 고창군수의 회고다. 

고창 심원면 삼양염전 ⓒ시사저널 정성환

"전통의 삼양사 염전이 태양광업자들의 표적이 돼 사라질 위기가 있었다. 민선 6~7기 들어 전국의 염전들이 태양광의 광풍에 사라졌다. 가장 넓은 신안 염전, 영광 염산면 염전의 절반이 사라졌다. 고창 염전에도 태양광 허가신청이 쇄도했으나, 고창의 미래가치를 위해 갯벌과 염전을 보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돼 염전을 지켜냈다. 계속해서 행정소송이 들어오고 태양광개발 시도가 이어지니, 염전을 제대로 보존하려면 고창군이 매입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이 섰다. 60여만평이라는 큰 땅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쉽게 구할 수도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염전 소유자의 상속자(자손)가 급속히 늘어나므로 신속히 사지 않으면 매입이 힘들다는 판단에서 일부 기채를 해서라도 시급히 매입키로 했다.

군의회에서도 난상토론 끝에 매입승인과 예산편성에 동의해, 고창군 역사상 가장 큰 땅을 사들였다. 땅 살 돈으로 선심성 사업했으면 선거에 도움이 될 텐데 멍청한 군수가 정치를 모른다고 비아냥대거나, 반대하는 군의원과의 문답에서, 나는 '미국이 알래스카를 구입한 것처럼, 엄청난 잠재가치를 고창군 미래에 안겨줄 것을 확신한다. 10년 후, 50년 후 이 땅의 가치를 지켜보고 누가 옳았는지 보자'고 답변했다. 군수가 뒷돈 받고 비싸게 사주고 쓸모없는 땅 사줬다고 온갖 모함을 한 정치꾼들도 많았지만, 다수 군민은 잘한 일이라 했고 진실은 늘 역사 앞에서 승리한다고 확신했다. 매입과 동시에 전문가와 주민들과 함께 거버넌스를 만들어, 친환경적 세계유산 갯벌생태체험학습과 노을 갯벌치유문화 중심의 큰 그림을 그렸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21년 무등산 자락 옛 신양파크호텔을 369억원에 샀다. 광주시는 B 건설업체가 폐업한 신양파크호텔 부지에 고급빌라촌 건설 계획을 추진하자 무등산 일대 난개발을 우려해 공공매입을 결정했다. 당시 이용섭 시장은 "개발 이익이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무등산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광주시민들의 엄중하고도 간절한 염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매입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인사는 "혈도 태양광사업은 20년 일회성 사업으로 그치는 반면 역간척사업은 해수부, 환경부, 농림부 등 3개 부처에서 신규 사업이나 계속사업을 구실로 매년 국비를 끌어 올 수 있는 예산 플랫폼에 다름없다"며 "주민들이 애간장을 녹여가며 멍석을 깔아주는데도 지자체가 소 닭 쳐다보듯이 등한시 하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남군과 군의회가 앞서의 고창군과 장성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적극행정에 나서야 한다는 질타의 목소리로 들린다. 

왜 역간척인가…'갯벌 복원' 해외 사례는 

해남 문내면 주민들이 혈도 '역간척'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태양광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갯벌을 막고 농토를 확보하는 간척사업보다 이를 허물고 해양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서는 갯벌의 가치가 논의 250배에 달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1980년대부터 갯벌의 가치에 주목해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1987년부터 2005년까지 653.3km²의 갯벌을 없앴다. 서울 여의도 면적(8.48km²)의 77배를 웃도는 생태계의 보고(寶庫)가 사라진 셈이다. 

그렇다면 '갯벌 복원' 해외 사례는 어떨까. 전 세계도 이미 갯벌의 가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독일은 1980년대 이후 간척사업을 법으로 금지했고 일본, 미국 등지에서도 매년 간척사업으로 사라진 갯벌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4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2005∼2009년 1만2140km²의 갯벌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5∼2007년 30억 달러를 투자해 예정보다 1년 정도 일찍 사업을 마쳤고 복원 면적도 2430km²나 추가했다. 미국은 갯벌의 50% 이상이 훼손돼 있어 '연안습지(갯벌) 계획·보호·복원법'을 시행해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만의 경우 폐염전(64.7km²)을 갯벌로 복원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연안과 메릴랜드 주 포플러 섬은 바닷물의 침식으로 사라진 갯벌을 다시 조성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연안 복원에는 2050년까지 13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는 유럽 최대의 갯벌인 '바덴 해'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1978년부터 협정을 맺고 간척사업을 중단했다. 네덜란드에서는 1935년부터 방조제 건설과 간척지 조성 등으로 갯벌이 줄어들었다. 2001년부터 방조제를 부수고 갯벌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지난 50년간 갯벌의 40%를 잃어버렸던 일본은 1980년대부터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현재까지 1200ha를 복원했으며 2300ha를 더 되살릴 계획이다. 과거 어패류가 풍부했던 도쿄 만의 경우 매립사업으로 136km²의 갯벌이 10km²만 남았다. 일본은 갯벌 복원뿐만 아니라 인공갯벌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파낸 준설토를 바다에 버릴 수 없게 되자 이를 갯벌 복원사업에 재활용하고 있다.  

국내 갯벌 복원사업의 현주소는

국내의 경우 충남 서천갯벌, 전북 고창갯벌, 전남 신안갯벌, 전남 보성·순천갯벌 등의 4곳이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2021년 07월 26일 UN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서해안에 펼쳐진 갯벌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 뒤에는 갯벌의 가치를 알고, 사라진 갯벌을 살리기 위해 땀흘린 지자체의 노력이 있었다.

물론 2009년 민간주도 역간척 사업 시도의 첫 사례지가 있다. 전남 진도군 소포리 갯벌이다. 농토가 귀해 60년대 경제개발계획과 함께 소포리 앞 바다의 갯벌을 간척지로 개간했다. 지난 1977년 높이 6m, 길이 580m 대흥포방조제 공사로 생긴 112만㎡(34만 평)의 농지를 32년 만에 허무는 역간척 사업을 추진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이 방식으로 갯벌을 복원한 일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례가 없었다. 그것도 주민에 의해 처음 시도하는 것이어 이슈의 파장은 컸다. 당시 갯벌 업무를 맡은 국토교통부는 소포리 대흥포 방조제 갯벌 복원 추진 계획을 환경부와 협의, 1순위 대상지로 확정했다. 사업 규모는 전체 간척된 30만평을 건강한 갯벌 생태계로 되돌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주민 자발적으로 2년이상 준비하고 추진된 소포리 역간척은 실현되지 못했다. 바다를 메워 만들어낸 땅에 대한 농민들의 애착을 넘어서지 못했다. 농지 효율성 문제로 다시 갯벌을 만드는 것에 머릿속으로는 공감하나, 막상 실행에는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이다. 

충남 천수만 홍보지구도 의욕적으로 역간척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1991년부터 충남 천북면과 홍성군 서부면 일대에 방조제 1082m를 건립해 갯벌 8100㏊를 메운 천수만 홍보지구는 담수호 수질 오염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시절 연안 및 하구 생태복원 이름으로 구체화됐다. 그러나 한국농어촌공사는 4000억 이상 투자비 매몰과 농업용수를 갈망해온 농민들의 기대 부응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 진척을 보지 못했다.

전남 무안 탄도만 갯벌 복원은 해수유통 방식으로 추진됐으나 막판 예산 문제로 무산돼 아쉬움을 남긴다. 무안군이 해수유통사업비로 국비 70%를 포함해 480억원을 확보했으나 방조제 공사까지 감당해야할 사업비가 1300억 원대에 달해 지자체 입장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접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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