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는 B급유머·차진 대사… 하정우 연출의 ‘속사포’ 블랙코미디

최근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2013)가 유튜브 쇼츠 콘텐츠로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에 탄 다양한 인물들이 속사포처럼 대사를 주고받는 소동극이 ‘MZ개그’로 분류된 덕분이다. 이 영화가 흥미로웠다면 하 감독이 내놓는 3번째 연출작인 ‘로비’는 더 큰 만족감을 줄 법하다. 보다 매끄럽게 전개되는 이야기, 차진 말장난, B급 유머를 A급 연기로 승화시킨 배우들의 내공이 버무려지면서 106분의 러닝타임 동안 쉼 없이 달린다.
스타트업 사업가 창욱(하정우)은 4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고위 공무원 최 실장(김의성)에게 골프를 접대한다. 동시에 창욱의 라이벌인 광우(박병은) 역시 최 실장의 부인이자 의사결정권자인 조 장관(강말금)에게 로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각 최 실장과 조 장관이 좋아하는 골프선수 진세빈(강해림)과 배우 마태수(최시원)를 골프장에 데리고 나간다.
‘로비’ 속 골프장은 거대한 복마전이다. 청렴결백한 척하지만 어린 여성 골퍼에게 추파를 던지는 최 실장과 마태수를 끈적하게 바라보는 조 장관은 비릿하다. 여기에 거간꾼 역할을 하는 언론사 기자, 그린벨트 해제를 노리고 조 장관의 약점을 잡으려는 골프장 대표까지 가세하며 동상이몽을 꾼다.
하 감독은 이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블랙 코미디로 푸는 솜씨를 발휘한다. 조의금 봉투의 두께를 두고 다투는 창욱과 광우, 무리하게 추진한 아버지의 치킨집이 망해서 채식주의자가 됐다는 진세빈, 불법을 서슴지 않는 스님 출신 신부 등 뒤틀린 캐릭터와 부조리한 상황이 시종일관 어우러지며 실소를 유발케 한다.
‘로비’는 골프를 몰라도 볼 수 있는 골프 영화다. 주인공 창욱조차 접대를 위해 단시간에 골프를 배운 ‘생초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퍼팅을 위해 그린 위에 공이 잘 올라갔다는 뜻의 “나이스 온”을 아무 때나 외치거나, 대충 휘두른 채에 맞은 공이 접대 대상보다 좋은 위치에 떨어져 눈총을 받는 창욱의 모습은 요즘 말로 웃프다(웃기고 슬프다).
진세빈의 시선으로 ‘로비’를 즐기는 것도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다. 거액의 후원 제안을 한 창욱에 의해 접대 골프 자리에 불려나간 진세빈은 최 실장의 끊임없는 추근거림에 노출된다. “평소에도 ‘나는 젠틀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따위로 보이지 않을까’라는 위기감과 경계심이 들 정도였다”는 김의성의 말에서 최 실장의 비호감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능글맞은 최 실장을 향해 진세빈이 마지막에 내뱉는 한마디는 신세대들이 구세대의 구태에 던지고 싶은 일침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로비’는 취향을 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하정우식 말맛이 도드라진 대사는 아재 개그와 세련된 말장난의 경계를 오간다. 또한 전개 속도가 배우 빠르다. 자막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쉼 없이 주고받는 등장인물들의 ‘티키타카’는 버거울 수 있다. 꼭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영화적 쾌감이 도드라지진 않지만, 반대로 극장에서 대사의 흐름과 속도에 몰입해야 100%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4월 2일 개봉.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제원 고소한 비서 “성폭행 뒤 돈 봉투”…경찰, 메모 확보
- [속보]트럼프 “푸틴에 매우 화났다…휴전 합의 안하면 러 원유에 25% 2차 관세”
- “싱크홀 사고로 딸 급식이”…불만 드러낸 방송인, 뭇매에 사과
- 푸틴 소유 추정 방탄 리무진, 모스크바서 폭발
- 청주 역주행 사고로 3명 숨지고 6명 부상...운전자, “급발진 사고” 주장
- 앞 차가 밟고 간 맨홀 뚜껑 튕겨서 뒤차 관통
- “옷 다 벗고”…김수현, 17세 김새론에 보낸 카톡
- “이미 손상된 시력도 회복” 망막 질환 치료법 나왔다
- 경북 산불 실화자 50대 남성, 경찰 입건에도 “혐의 부인”
- “이 회사도 억대 연봉?”…100대 대기업 절반 이상, 직원 평균 연봉 1억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