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다 껐다…7일 만에 서울 75% 면적 초토화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경북 북부 산불이 일주일 만에 모두 꺼졌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28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차린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연 브리핑에서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의성, 안동, 청송, 영양지역의 모든 주불이 진화됐다”고 밝혔다. 앞서 산림청은 이날 오후 2시30분 영덕의 주불을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잠정 집계한 산불영향구역은 모두 4만5157㏊이다. 서울시 면적의 약 74.6%에 이른다. 역대 국내에서 발생한 단일 산불로는 가장 큰 피해 면적이다. 구체적인 피해 면적은 조사를 통해 확정한다.
임 청장은 “산불 확산이 빨라졌던 것은 산불발생 기간에 서풍 중심의 강하고 건조한 바람이 불었고,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27m를 기록하는 등 바람의 영향이 가장 컸다. 높은 기온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불이 옮겨붙기 쉬운 환경이었다. 이에 따라 불씨가 동시다발적으로 동쪽으로 퍼졌다. 또 연기와 안개가 섞인 연무로 산불진화헬기 운영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불 진화엔 하루 88대 이상 헬기가 동원됐다. 산림당국은 28일 오후 5시를 기해 잔불 진화 체계로 전환한다. 당국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5개 시·군에 헬기 2∼5대를 대기시켜둘 계획이다. 임 청장은 “잔불 정리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하지만 만일 돌풍이 불거나 다시 확산할 우려에 대비해 헬기를 일부 남겨둔다. 완전 진화하는 데는 짧으면 2∼3일, 길게는 5∼6일 걸린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어 낙엽 속에 숨은 불씨가 바람이 불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 곳곳에 미세한 연기가 남아 있어 언제든 재발화할 수 있어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루 사이 진화율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임 청장은 “전날 밤 산불 현장 곳곳에 비가 내렸지만, 주불 진화에 영향을 줄 만큼의 양은 아니었다”면서도 “다만 기온이 낮아지고, 바람이 심하지 않는 등 헬기 투입이 원활했다. 지난 7일 동안 오늘처럼 헬기 투입이 원활한 적은 처음이었다. 또 불이 다른 지역으로 날아가거나 확산하는 속도도 느려 진화 작업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주불 진화에 따라 경북도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도는 현재까지 5개 시·군에 4000여채의 집이 잠정적으로 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지사는 “2021년 울진 산불 당시 220채의 집이 탔는데, 현재는 이미 20배를 넘어섰다. 농업·어업·산업단지 등의 피해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 같다”며 “지금부터 피해 복구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피소 등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이 집 근처로 돌아가 농업 등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에어돔 등을 지원한다. 이 지사는 “농민들은 논·밭 근처에서 생활하며 농사를 지어야 한다. 임시거주시설을 마련하는데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가장 빨리 마련할 수 있는 에어돔을 구해 2∼3일 이내로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성군은 오는 31일 산불 발화 용의자 50대 ㄱ씨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산불이 산림 피해를 넘어 인명 피해, 건물 피해 등을 낳은 만큼 형사법을 적용해야 하는 부분은 경찰에서 맡을 예정이다.
한편, 지난 22일 오전 11시25분께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난 불은 의성을 포함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으로 번졌다. 24일 오후 5시2분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에 번진 불은 강한 돌풍을 타고 25일 오후4시35분 청송군 파천면 지경리, 오후5시52분 영덕군 지품면 황장리, 오후 6시4분께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로 빠르게 번졌다.
이번 불로 안동 4명, 청송 4명, 영양 6명, 영덕 9명, 의성 1명 등 경북에서만 24명이 숨졌다. 또 주택 2221개소 등 건축물 2412개소가 피해를 보았다. 5개 시·군에서 주민 3만6674명이 대피했으며, 현재 6285명이 여전히 체육관 등 대피소에 남아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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