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株 20% 고공행진…탄핵 심판 이후 전망 더 밝다?
‘4월 위기설’ 등 위기는 예의주시해야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최악의 경기라던 건설업종 주가가 날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하락분을 만회한 데 이어 시장 지수를 상회하고 있다. 토지거래제한구역 해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해소 등 호재가 잇따른 덕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기준 코스피200 건설 지수는 연중 20.24% 상승했다. 올해 7.15% 상승한 코스피지수 대비 14%포인트 이상 더 오르며 시장 수익률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해당 지수가 1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시장을 주도한 건 대형 건설사다. 올해 들어 현대건설 41%, DL이앤씨 46%, 삼성물산과 삼성E&A가 7% 상승하며 지수를 견인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주가가 반등한 이유는 토지거래제한구역 해제 등 건설업계에 우호적인 정책이 연달아 발표된 영향이 크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 등의 토지거래제한구역을 일부 해제했다. 아파트 305곳 중 291곳의 규제가 즉시 완화되면서 거래량과 거래 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이 추진 중인 아파트는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오는 6월 추가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받게 된 것이다. 이어 19일에는 정부가 악성 미분양 주택 등을 LH가 직매입하고, 중소·중견 건설사에 8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통상 6월과 1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및 연장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오는 6월 압구정·여의도·목동 등의 주요 재개발 구역에서 해지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건설 부양 정책이 시행될 수 있는 만큼 건설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2월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인하되면서 주택 매수 심리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2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54%가 2개월 전(2024년 11~12월) 동일 단지·평형 매물보다 비싸게 팔렸다. 가격이 올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통상 경기 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게 되면 초고가 주택이나 재개발·재건축을 주도하는 대형 건설사에 유리한 시장이 형성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부동산 PF 등 지난해 악재도 점차 해소
부동산 PF 등 지난해 건설업계를 옥죈 악재도 단계적으로 해소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PF 사업장 정보를 공개하는 등 위험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당국은 상반기까지 누적 8조8000억원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정리할 계획이다. 유동성도 서서히 공급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0일 1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수요예측에서 1조5000억원이 몰렸다. 투자를 꺼리던 건설업종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신호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정보공개 플랫폼이 구축되면서 경·공매 사례가 증가해 상위 건설사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며 "경기가 회복되면 상위 건설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빠르게 정상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임박한 것도 건설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불확실성 해소만으로도 시장이 회복될 수 있고, 여야 모두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정책 완화를 계획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탄핵이 인용되면 민심 확보 및 내수 진작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대선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반면 탄핵이 기각되면 국회에 계류 중인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의 부동산 법안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주택공급 확대는 주체가 누구든 '일거리 확대' 차원에서 건설업종에 긍정적"이라며 "탄핵 선고 이후 재개될 부동산 정책의 내용과 속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건설사 줄도산 등 '4월 위기설'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PF 정리 과정에서 중소형 건설사가 무너지면 건설업황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올해만 벌써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저건설, 삼성기업, 안강건설, 벽산엔지니어링 등 6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건설업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액이 여전히 부진한 점도 변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소 건설사의 위기가 시장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업황의 등락이 있을 때마다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돼 왔다"며 "리스크 관리를 해오지 못한 일부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를 업계 전체에 대한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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