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피해 두 달 새 '3000건'… 범죄수익 몰수 등 법안 추진

피해자 지원 '전세사기특별법' 5월 종료

전세사기 피해자가 올해 들어 3000명 가까이 늘어 2만7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5월 종료 예정인 전세사기특별법의 연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빌라 밀집지역. /사진=뉴시스

정부가 피해를 인정한 전세사기 규모가 올해 들어 3000명 가까이 늘어 2만7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특별법)의 시행 종료를 앞두고 정부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전세사기특별법은 한시법으로 입법 시점 전후로 이뤄진 계약의 피해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지원 대상으로 인정하는 피해자 수는 지난달 19일 기준 총 2만737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국토부가 집계한 피해자 수보다 3000명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2월23일 국토부가 국토위에 보고한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 결과에서 피해자 인정 요건을 충족한 건은 2만4668명(지난해 11월30일 기준)이었다.

지역별로 서울(7399명)의 피해 규모가 가장 컸고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에 해당하는 30대 이하 청년층 비중이 74.7%를 차지했다. 피해금 규모는 1억~2억원이 41.87%를 차지했다. 피해 주택 유형별로 다세대주택(30.5%) 오피스텔(20.9%) 다가구주택(17.9%) 순으로 나타나 전세금이 낮은 비아파트의 피해 위험이 컸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피해자들의 경제 지원 배경이었던 특별법의 기한 만료 시점이 다가오며 연장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

신규 피해 발생 지속… "특별법 2년 더 연장해야"

━

오는 5월 31일 시행 종료되는 전세사기특별법의 시효 연장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 앞에서 인천미추홀구 전세사기 일당의 대법원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전세사기 피해자 등이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 /사진=뉴스1

2023년 6월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한시법으로 제정된 전세사기특별법은 오는 5월31일 시행 종료된다. 이에 시효 연장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상미 전국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며칠 전 신고된 서울 동작구 사회초년생 70여명의 피해를 비롯해 지금도 계속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특별법을 연장하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법 개정과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가 수면위로 드러난 2023년에 계약한 이들이 최근 만기로 추가 피해를 신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갑 의원은 특별법의 유효기간 연장과 간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 더 많은 피해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갑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화와 등기상 임대인의 채무 정보 등 기재 항목 강화, 부패재산 몰수법에 전세사기 범죄 수익을 포함하는 등 법안을 발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특별법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과 전세사기 피해자 긴급 복지지원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그러나 조기 대선 가능성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변수로 지목된다. 학계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기 전 정책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전세 피해자 대부분은 서민과 취약계층으로 특별법 연장에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한 가격의 임대차 계약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