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거 없이 중국발 부정선거 의혹 제기, 국익 저해

조선일보 2025. 2. 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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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나달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최근 헌재 변론에서 우리 선거에 중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중국이 우리나라 선거에 얼마든지 관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친중(親中)’인 걸 고려하면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또 “중국이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작전 수단을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할 수 있다” “중국이 위장 사이트를 통해 거짓 정보를 퍼뜨린다”고도 했다. 우리 선거에 중국이 부정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이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잘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 측은 “계엄 당일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90여 명이 체포돼 미군 부대 시설에서 조사받고 부정선거에 대해 자백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며 연일 중국 개입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 뿐 아니라 주한미군사령부도 부인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 또한 근거 제시가 없다.

러시아·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가 외국 선거에 개입한다는 의혹은 미국에서도 제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아닌 대통령과 그 주변, 여당 국회의원 같은 인사들이 이런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의 근거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유튜브 등에서 제기한 막연한 의혹만 갖고 외국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선 곤란하다. 심각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이 우리에게 해온 행태는 오만 그 자체였다. 사드 보복도 모자라 ‘3불(不)’을 강요했다. 툭 하면 경제·문화 보복으로 압박했다. 국제적 평화 원칙을 언급했다고 ‘불타 죽을 것’이라는 등 극언을 예사로 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50여 국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했다. 2만명이 넘는 사이버 부대가 각종 해킹을 해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동북 공정과 김치·한복 등 역사·문화 왜곡과 주변국을 얕잡아 보는 대국주의도 심각하다. 이로 인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80%를 넘는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국민 정서와 중국이 우리 선거와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정부 여당 인사들이 주장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민의 혐중 정서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부정 선거의 증거가 너무 많다”고 해 놓고 아직까지 아무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를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시킨다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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