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성호]한국인 간첩법으로 구속하는 中… 중국인 간첩법 수사 못하는 한국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2·3 불법 비상계엄 사건의 여파로 별달리 조명받지 못한 사건이 하나 있다.
반면 중국은 2023년 11월 한국인 사업가 B 씨를 반(反)간첩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여전히 구속 중이다.
최고형이 무기징역이나 사형인 반간첩법은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사항을 포괄적으로 처벌한다.
한국 기밀을 빼돌리려는 나라가 북한뿐은 아닐 텐데, 그 외의 국가에 대해 적절한 법적 대응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적에는 수상한 점이 적지 않다. 경복궁 등 주요 문화재를 찾는 통상적인 관광객과 달리 해외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적인 헌인릉을 찾았다는 점이 우선 그랬다. 중국판 위키피디아인 ‘바이두 백과’에는 ‘獻仁陵(헌인릉)’이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심지어 A 씨는 한국 입국 직후 렌터카를 빌려 타고 바로 헌인릉으로 향했다.
경찰 내부에선 A 씨에게 적용할 혐의를 두고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미심쩍은 행적이 많아 수사 강도를 높여야 하는데, 적용할 마땅한 법이 없다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A 씨가 검찰에 송치될 때 적용된 혐의는 군사기지법 및 문화유산법 위반이었다. 문화유산법까지 적용한 건 촬영을 할 때 문화유산 훼손의 가능성이 있으니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한 법 규정까지 샅샅이 찾아낸 결과다. 두 법의 최고 처벌 수위는 징역 2∼3년 형에 그친다. A 씨는 출국금지된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 중국은 2023년 11월 한국인 사업가 B 씨를 반(反)간첩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여전히 구속 중이다. B 씨는 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서 일하던 당시 기술을 유출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열린 재판에서 중국 검찰은 B 씨에 대해 징역 최저 11년에서 최대 15년의 구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중국 수사 당국은 열 달간 가족 면회도 가로막으며 수사했다.
2023년 7월 시행된 중국의 반간첩법을 뜯어보면 앞으로 B 씨와 같은 사례들이 많을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고형이 무기징역이나 사형인 반간첩법은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사항을 포괄적으로 처벌한다. 이 때문에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에 관한 자료를 검색하는 행위도 유의해 달라”는 공지를 교민들에게 했을 정도다.
한국과 중국의 사례를 든 것은, 한국도 중국처럼 인권을 무시한 수사를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핵심 기술과 안보가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법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간첩법 적용 대상을 ‘적국(북한)’에서 외국으로 넓히는 논의는 야권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한국 기밀을 빼돌리려는 나라가 북한뿐은 아닐 텐데, 그 외의 국가에 대해 적절한 법적 대응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야권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조차 “중국은 우리 국민을 간첩죄로 처벌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하는 불균형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도둑질을 해도 되는 허술한 국가’라는 인식이 퍼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황성호 사회부 기자 hsh0330@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尹측 연이은 ‘헌재 흔들기’…“증인신문 시간제한 불공정”
- 김문수-MB회동, 한동훈 ‘언더73’…몸푸는 與 잠룡들
- 내일 ‘마은혁 미임명’ 변론 재개… “국힘도 합의” “본회의 안거쳐” 공방 계속
- 인권위 폭동 사전 모의글…헌재 평면도 공유 “야구방망이 준비”
- 작년 어선사고 사망·실종자 119명…전문가 “어획량 줄며 무리한 조업”
- [단독]서울시, ‘기부채납 용지 사용권’ 대법서 패소…하림에 404억 물어줄 판
-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직인-계좌 비번 반납 안해
-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스프린트’ 금메달…김민선·이나현 2관왕
- 최민정-장성우, 쇼트트랙 1000m 金…이틀 연속 ‘골든데이’
- ‘서부지법 난동’ 영장신청 76명 중 42명이 자영업·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