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출 콘텐츠'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5. 1. 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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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원경', 사진=tvN, TIVING

한때 '살색 영화'라는 표현이 자주 쓰였다. 노출이 많은 영화를 뜻한다. 최근에는 '살색'이라는 표현에 인종 차별적인 요소가 담겼다고 해서 잘 쓰지 않는 추세다. 인종마다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에 '살색'이라고 일률적으로 칭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동안 이 같은 노출 영화는 충무로 시장을 주도하기로 했다. '에로 방화'라 불리며 엄연히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그 유명한 '애마 부인' 시리즈를 비롯해 유명 여배우들의 노출 및 정사 장면이 담긴 영화가 1980년대 전후 대거 개봉됐다. TV 검열이 더욱 엄격하고, 온라인 세상이 열리기 전이라 이같은 '19금' 콘텐츠는 더욱 귀했고, 적잖은 관객들이 비싼 돈을 주고 극장에 가서 이를 관람했다. 이 시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미성년자들이 이런 에로 방화를 보기 위해 몰래 극장에 들어가거나, 단속 나온 학생 주임 선생님에게 걸려 호되게 혼나는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시간이 지나고, 성(性)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성숙하면서 노출이나 정사를 다룬 콘텐츠를 대하는 제작업계나 대중의 시선도 달라졌다. 오로지 자극에만 치중하는 노출을 내세운 콘텐츠를 줄어든 반면, '노출=야하다'는 일률적이고 도식화된 인식도 줄어들었다. 그 장면에 대한 당위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노출에 대한 허용치를 높이면서도 이를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을 경계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강화된 결과다. 

그럼에도 유명 연예인의 노출은 여전히 민감하면서도 대중의 관심을 얻는 화두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히든 페이스'에는 여주인공으로 참여한 배우 박지현의 노출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비롯해 여러 작품을 통해 인지도가 쌓인 만큼 그의 노출 연기에 초점을 맞춘 보도도 이어졌다. 게다가 이 영화는 그 동안 '방자전'과 '인간중독' 등 노출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만듦새가 성글지 않은 영화를 다수 내놨던 김대우 감독의 차기작이었다. 

11월20일 개봉 이후 이 영화는 101만 명을 모았다. 손익분기점(140만 명)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최근 극장가가 불황을 겪는 것을 고려할 때 평균 이상의 성적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시기 '히든 페이스'보다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는 '모아나2', '소방관', '하얼빈', '위키드' 정도다. 하지만 극장 성적만으로 '히든 페이스'의 성패를 가늠해서는 안 된다. 이 영화는 지난 1월6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 직후 IPTV 3사 및 디지털케이블TV 플랫폼에서 1위에 올라섰다. 유명 배우의 노출을 기반으로 한 영화 중 IPTV 시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큰 수익을 거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히든 페이스' 역시 그 대열에 합류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노출 영화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영화 '히든 페이스', 사진=NEW

최근 노출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이 불거졌다. 토종 OTT 티빙과 tvN에 동시 공개된 사극 '원경'이다. 이 드라마 1, 2회에는 주연 배우 차주영과 이이담의 가슴 노출 장면이 포함됐다.(직접 노출은 대역 배우가 촬영한 후 주연 배우의 얼굴을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노출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 같은 논리라면 노출이 포함된 수많은 명작들도 폄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개연성이다. 해당 노출에 개연성이 있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원경'은 tvN에서 15세 버전으로 방송됐다. 물론 해당 드라마에는 특정 신체 부위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티빙 버전은 청소년 관람불가다. 여기에 노출이 포함됐다. 누군가 "해당 노출 장면이 빠져서 드라마 흐름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즉 이는 탄탄한 내러티브를 위해 필요한 노출이 아니라, TV에서도 공개되는 드라마를 OTT로도 편성하며 변화를 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보인다. 

이 역시 제작사나 방송사가 내세운 운용의 묘일 수 있다. 결국 해당 장면이 화제를 모았고 대중에게 환기되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티빙은 지난해 '우씨왕후' 때도 한 차례 노출 장면으로 주목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정유미를 비롯해 몇몇 여배우들의 벗은 몸이 등장했고,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노출 장면에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씨왕후'나 '원경'의 노출 장면으로 언론과 여론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플랫폼이나 제작사가 이를 하나의 홍보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위험성이다. 티빙이 아니더라도 다른 플랫폼에서 이와 유사한 시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시도가 비일비재해진다면 그야말로 '성의 상품화'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이 지나치게 노출에 민감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19금'이라는 관람 등급을 받으면, 이는 성인이라면 문제 없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성인물'이라는 표현도 성인이 보면 괜찮다는 의미인데 성인물은 몰래 봐야 되는 콘텐츠이고, 이를 보다가 주변에서 알게 되면 마치 부도덕한 인물처럼 낙인찍히기도 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무엇이 맞다고 단정짓긴 어렵다. 하지만 민감한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게 한국 사회의 분위기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들로서는 노출을 소재로 다룰 때 응당 보다 깊고 넓은 고민을 수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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