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법, '한국인 야스쿠니신사 무단합사 철회' 외면… 손자는 도쿄서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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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에 강제징용돼 숨진 한국인의 이름을 '야스쿠니신사 합사 명부에서 빼 달라'는 유족들의 목소리를 일본 최고재판소(한국 대법원에 해당)가 또다시 외면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17일 한국인 합사자 27명의 유족들이 2013년 제기한 '야스쿠니신사 무단 합사 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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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고재판소 "제척 기간 지났다" 기각
야스쿠니 찾은 손자 "일본, 뭐가 두렵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에 강제징용돼 숨진 한국인의 이름을 '야스쿠니신사 합사 명부에서 빼 달라'는 유족들의 목소리를 일본 최고재판소(한국 대법원에 해당)가 또다시 외면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A급 전범이 묻혀 있는 만큼, 한반도 출신 군인·군무원들을 이곳에 무단 합사한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도망간 일본 사법부, 매우 부당한 판결"
일본 최고재판소는 17일 한국인 합사자 27명의 유족들이 2013년 제기한 '야스쿠니신사 무단 합사 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한 재판은 5분도 걸리지 않은 채 끝났다. 재판부가 설명한 기각 사유는 "제척 기간(원고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정 기간)인 20년이 이미 지나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전부였다. 한국인 희생자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시점이 1959년이기 때문에 1979년 이전에 소송을 내야 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인 유족이 가족의 합사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였다는 점에서 '궤변'이다.
하급심의 원고패소 판결 이유와도 달랐다. 앞서 1·2심은 "원고의 권리와 이익이 크게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족들을 지원해 온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최고) 사법부가 본안 판단 없이 도망간 셈"이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원고 박남순(81)씨는 이날 도쿄 최고재판소 앞에서 취재진에게 "너무 허망해서 말이 안 나온다"며 "(일본 정부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했다고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제척 기간이 지났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원고 측 변호인인 아사노 후미오 변호사도 "민법상 제척 기간을 적용해 기각한 것은 매우 부당한 결론"이라고 질타했다.
이번 소송과 유사한 법정 다툼은 이전에도 있었다. 야스쿠니신사의 한국인 희생자 무단 합사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유족들은 2001년과 2007년 각각 소송을 냈다. 그러나 모두 최고재판소에서 기각됐고, 2013년 제기된 3차 소송 역시 똑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야스쿠니 측, 유족 문전박대
다만 유족들과 일본 시민단체가 24년간 쏟은 노력의 결실도 있었다. "유족 주장이 타당하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기 때문이다. 미우라 마모루 최고재판소 재판관은 "유족이 합사를 양해하지 않았고, 유족의 고통 호소에 이유가 있다"며 제척 기간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아사노 변호사는 "원고 주장의 정당성을 인정한 만큼, 이를 무기로 계속 싸우자"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도 "우리의 노력이 판결문에 담겼다. 미래 세대를 위해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자"고 외쳤다. 일본 시민단체는 최고재판소를 향해 한국어로 "이기자"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판결 이후 유족들은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신사 관계자와 만나 합사 취소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담당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경비원만 나와서 면담 거부를 알렸다. 일본인 유족이 참배하러 오면 직원이 나와 안내하는 관행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스무 살쯤 무렵,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강제로 참여했다가 중국에서 전사한 할아버지의 이름를 야스쿠니신사에서 빼내기 위해 도쿄를 찾은 손자 박모(56)씨는 울분을 쏟아냈다. 박씨는 신사를 향해 "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이러는 것이냐. 이렇게 대접하려면 신사 명부에서 할아버지 이름을 빼라"고 외쳤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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