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외상값’에 골머리 앓는 건설사들···‘공사 중단’ 선언도
중견 건설사들이 공사를 진행하고도 청구하지 못하거나 받지 못한 공사비가 늘어나고 있다. 주택 경기가 좋을 때 수주한 사업장들의 준공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회수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유동성 위기를 우려한 일부 건설사들은 ‘공사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경기 평택 화양지구 도시개발사업 기반사업 조성공사를 맡은 DL건설은 공사비 170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10일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발주처인 도시개발사업조합은 2022년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워진 후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DL건설 관계자는 “여러차례 미지급된 공사비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미지급 대금 지급은 물론 향후 자금 확보 계획까지 명확히 제시돼야 공사를 재개할 생각”이라고 했다. 계약 상 준공 예정일은 오는 8월이지만, 공사 중단으로 공기가 연장되면 미납금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DL건설이 건설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된 건, 공사비를 받지 못한 사업장이 이 곳 뿐만이 아니라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건설의 지난해 3분기(9월 기준) 미청구 공사액은 3161억원으로 직전 분기(2834억원)보다 약 11% 증가했다.
미청구 금액은 공사는 진행했지만 발주처에는 아직 청구하지 않은 금액이다. 발주처에 청구를 했지만 돌려받지 못한 미수금(매출채권)도 3400억원에서 4984억원으로 1분기만에 약 46% 증가했다. 공사를 100% 완료했지만 돌려받지 못한 돈도 1225억원에 달한다.
미청구금액과 미수금이 늘어나면 건설사의 현금 여력은 떨어지고, 부실 위험은 커진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선 신동아건설도 미수금이 2020년 719억원에서 2023년 2146억원으로 1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8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어음 60억원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음을 고려하면, 기성금(공사 중간 진척도에 따라 비용을 정산·지급하는 돈)이 한 번만 들어오지 않아도 회사 전체가 휘청일 수 있는 것이다.
미청구금액과 미수금의 회수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준공 이후 입주 잔금을 받아 공사비를 정산받는데, 미분양이 다수 발생해 시행사가 시공사에 줄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미수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5146가구로 2023년 동기(5만7925가구) 대비 12.46% 늘어났다.
신용평가업계도 건설사들의 미수금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 A급 이상인 주요 건설사 10곳 중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이 30% 이상인 건설사가 7곳 이상으로 집계됐다. 한때 부도설이 돌았던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채권은 49.2%로 전년(17.8%)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매출의 절반이 ‘외상값’인 상황인 것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현재 매출채권 상당 부분은 분양 실적이 양호한 2022년 이전 공급 현장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분양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22년 하반기 이후 분양한 지방 주택과 비주택 사업장, 후분양 현장의 경우 회수 지연 및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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