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스마트폰이 비서이자 변호사"…AI 전도사 된 `IT 판사`[오늘의 DT인]

이윤희 2025. 1. 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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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음성인식 입력으로 답변지 작성했고요. 교정도 해서 보내 드릴게요."

스마트폰으로 기자와의 대화를 녹음한 강 변호사는 해당 음성 파일을 문자로 변환하고 그런 다음 생성형 AI에게 명령어를 입력했다.

변호사로 개업을 한 지금도 모든 법률문서의 초안을 AI 음성 인식 도구로 작성하고 있다.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공대 졸업생이나 신참 변호사 등이 실무를 배우는 시간이 단축되거나 박탈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물음에 그는 "기존에는 주니어들이 선배를 도우며 도제식 교육을 받는 것이 통상적이었다면 주니어의 역할을 AI가 대신하면서 교육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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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시절 컴퓨터 조립해 업무에 활용… 법률시스템 개발 참여도
판결건수 1만201건 '독보적'…'생각근육' 키워 AI 혁명 대비해야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도울 제공]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

"방금 음성인식 입력으로 답변지 작성했고요. 교정도 해서 보내 드릴게요."

인터뷰 질의서를 보내고 얼마 되지도 않아 답변지가 돌아왔다. 교정까지 인공지능(AI) 앱으로 끝냈다고 했다. 판사 재직 당시 'IT 판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던 강민구(66·사진) 법무법인 도울 대표 변호사다운 첫 만남이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사무실을 찾았을 때는 더 생경한 장면들을 목격하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기자와의 대화를 녹음한 강 변호사는 해당 음성 파일을 문자로 변환하고 그런 다음 생성형 AI에게 명령어를 입력했다. "아래의 내용을 대제목과 소제목까지 달아서 2000자 이내의 기사문으로 바꿔줘." 눈을 한번 감았다 뜨는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기자가 반나절은 낑낑 댈 일을 해낸 것은 그의 비서 '챗 GPT4'였다.

그의 일생을 사로잡은 만남은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1985년 육군사관학교 교수부에 배치받은 날 이뤄졌다. 신임 법조인의 눈을 잡아끈 것은 중형 서버급 컴퓨터에 연결된 흑백 모니터 단말기의 컴퓨터였다. 당장 파스칼, 포트란 같은 컴퓨터 언어 소스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

법원이 컴퓨터를 지급하기 전인1988년, 자비로 조립식 컴퓨터를 마련해서 판결문 작성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7~1998년에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보직을 맡아 종합법률정보시스템, 법률사전 '법률시소러스' 시스템 등의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 2000년 미국 국립 주법원행정센터(NCSC) 연수를 마치고 '21세기 사법정보화와 방향과 과제'라는 240여쪽의 연수 보고서를 냈고, 그것을 토대로 '함께하는 법정' 단행본을 냈다. 이를 통해 전자소송과 전자 법정, 화상 재판 등의 당시로는 첨단인 사법정보화 이론과 실제를 집대성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지난 36년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직접 작성하거나 관여한 총선고 판결 건수는 1만201건이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판결 기록을 남긴 재판관이란 말이다. 재판 업무에 종사한 기간만으로 나눠보면 연평균 350건 이상의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초인적인 업무량도 초임 법관이던 때부터 컴퓨터를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변호사로 개업을 한 지금도 모든 법률문서의 초안을 AI 음성 인식 도구로 작성하고 있다. 네이버 '클로바노트', 전자메모 앱 '에버노트', 그리고 PC에서는 윈도우의 '코타나(Cortana)' 엔진 등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타이핑 시간을 절약하고,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과정을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 작성된 문서는 '챗GPT-4o'를 활용해 일괄적으로 교정·검토한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내게는 수천명의 비서가 있고 10명이 넘는 어쏘(Associate) 변호사, 2명의 파트너 변호사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의 화면에는 '챗GPT4o' 외에도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퍼플렉스티 프로', '노트북 LM', 'X.AI'의 '그록 AI' 등 다양한 AI앱이 자리했다.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공대 졸업생이나 신참 변호사 등이 실무를 배우는 시간이 단축되거나 박탈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물음에 그는 "기존에는 주니어들이 선배를 도우며 도제식 교육을 받는 것이 통상적이었다면 주니어의 역할을 AI가 대신하면서 교육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강 변호사는 "이제 개인은 AI 활용 능력을 키워야 한다. AI를 이용해서 생산성 향상에 나선다면, 오히려 개별 법조인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올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섭기까지한 이 기술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제가 만든 말인데, '생각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 근육은 책 읽기, 글짓기, 명상, 고수와의 대화 등의 방법으로 키울 수 있어요. 과거에는 영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학습이 필수적이었지만, 이제는 AI 번역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서 일반인들이 외국어를 심도 있게 배울 필요가 줄어들었죠. 고액의 대치동 영어과외 등에 소요되던 시간과 자원을 창의적 학습, 독서, 질문 능력 개발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는 AI의 가속적 발전으로 오는 2040년 즈음에 '기술적특이점(技術的特異點, Technological Singularity)', 즉 초인공지능이 등장하며 AI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 또한 AI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AI가 인류 전체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는 더 이상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2040년 전후로 AI는 인간의 지성과 감성, 창의성까지 능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정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의 모든 지적 능력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도 기회가 있는 셈이다. 그는 AI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 필수 요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 엔진과 그리고 대규모 데이터 센터, 그리고 양질의 학습용 데이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특히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은 지역 주민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AI 시대에 데이터센터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미국은 이미 대규모 전력 지원과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은 안보 문제와도 연결된다.

경북 구미 선산군의 농가에서 태어나 6살 되는 해에 아버지를 여읜 아이는 학교의 작은 도서관에 꽂힌 책을 몽땅 다 빌려다 읽고 몇번을 다시 읽으며 자랐다. 미국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에 감동을 받아 로켓 개발자를 꿈꿨지만, 청상의 나이에 여섯남매의 생계를 짊어졌던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고 싶어 서울 법대에 진학했고 판사가 됐다.

법원을 나온 올해부터는 달 착륙선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 기술들을 체험하고 그 경험을 전함으로써 국민 사이의 디지털·AI 정보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 그는 다양한 강연과 행사에 나타나 "AI는 우리에게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AI 전문가와 언론인 등 400여명이 모여 실시간 토론을 하는 공간 '디지털·AI 상록수협회'도 만들었다. 지난 9월에는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법·제도분과위원장으로 위촉돼 관련 입법, 제도 개선 등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협업 등 현재도 활동 중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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