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와 닮았다’ 박정희 동상 논란… 작가는 “서민적, 소박한 이미지”
당시 사진과 차이 크다는 지적 잇따라 나와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한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
해외에서도 실존 인물과 동상 모습 달라 문제된 사례 나와

대구시가 최근 동대구역 광장에 세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의 얼굴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닮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동상을 제작한 작가는 “네거티브(공세)”라고 했다. 대구시는 박 전 대통령이 1965년 9월 30일 추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참고해 동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웃으며 추수하는 사진 바탕으로 동상 제작
3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변희재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국가보훈처에 ‘박정희 동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동상에) 안경을 씌워 보니 홍 시장과 얼굴이 똑같다. 홍준표 동상이 아니냐”는 게 변씨 주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박정희 동상이 홍 시장을 닮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논란이 일자 일자 동상을 제작한 이상태 작가는 대구시가 박 전 대통령이 1965년 9월 30일 추수하면서 웃고 있는 사진을 주면서 같은 형태의 동상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대구시를 통해 조선비즈에 전한 입장문에서 “권위적인 모습으로 묘사된 일반적인 박정희 동상과 달리 이번 동상은 서민적이고 소박한 이미지를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을 닮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보정한 이미지로 보이며, 네거티브를 위한 해석”이라고 했다.
이상태 작가는 포항 충혼탑, 경주 신라화랑 말, 대구 3·1독립운동 기념거리 상징조형물, 경기 광주시 항일운동 기념탑, 제주 4·3 기념 조형물 등을 제작했다. 대구미술협회 조소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구시, 정부·철도공단과 협의 없이 광장 명칭 바꾸고 동상 세워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은 다른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소유한 국유지에 대구시가 협의 없이 동상을 설치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8월 국토교통부나 국가철도공단(KR)과 별다른 협의 없이 동대구역 앞 광장 명칭을 ‘박정희 광장’이라고 바꾸고 5m 높이의 표지판을 세웠다. 당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구시의 행위에 대해 적법한지 따져보겠다”고 했다.
같은 일은 박정희 동상을 광장에 설치할 때에도 반복됐다. 철도공단은 동상을 설치하려면 협의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수 차례 대구시에 발송했으나 대구시는 설치를 강행했다. 박 장관은 지난 달 23일 국회에서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설립은) 적절하지 않고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담당 산하기관인 국가철도공단과 함께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2018년 제정한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 관리 조례’에 따라 시가 광장 사용 허가 및 사용 제한, 사용료 부과 등 관리·사용·수익권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지금까지 이 조례에 대해 국토부가 어떤 이견도 제시한 바가 없다는 게 대구시 주장이다.

◇분필로 ‘독재자’ 적히자 연말연시 공무원 ‘불침번’ 투입
대구시는 행정국 공무원들에게 한밤 중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불침번’처럼 야간 방호 업무를 하도록 해 논란이 됐다. 동상 뒤쪽 ‘박정희, 대한민국 제5대~9대 대통령’이라는 소개 문구 옆으로 ‘독재자’ ‘내란 원조’ 등의 문구가 분필로 적히는 일이 생기자 이런 대책을 낸 것이다.
대구시 새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달 25일 “연말연시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동상 지키려고 근무 계획을 세운 대구시는 각성하고 계획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시 관계자는 “동상은 대구시 예산이 투입된 공공 시설물이어서 방호를 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동대구역 동상은 4억8000만원… 6억6500만원 들여 다른 동상도 추진
대구시가 동대구역에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는 데에는 4억8000만원이 들었다. 아울러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만드는 데에는 2784만원이, ‘박정희 광장 국화 전시장 조성 및 관리’에는 1899만원이 각각 투입됐다. 동대구역 일대 박 전 대통령 관련 시설물 조성에 총 5억2000만원 정도 들어간 셈이다.
이 밖에도대구시는 남구 대명동 대구대표도서관에 올해 말까지 새로운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11월 27일 ‘비슬아트피아’와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작 및 설치 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 금액은 6억6500만원이다. 다만 대구시 관계자는 “동상 제작 예정일이 1년 가까이 남아 있어서 최근 발생한 여러 상황과 관련해 추가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날두 동상은 전혀 닮지 않고 우스꽝스러워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홍 시장을 닮았다’고 느끼는 것은 동상이 실제 모습과 차이가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슷한 논란이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동상에 대해서도 일어난 바 있다. 지난 2017년 3월 포르투갈의 섬 마데이라에서는 공항 명칭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국제공항’으로 바꿨다. 마데이라는 대서양에 있는 포르투갈령 섬으로, 호날두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호날두가 포르투갈에 사상 첫 유로 우승을 안긴 호날두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공항 명칭을 바꿨다. 기념으로 호날두 동상도 만들었는데, 두 눈이 몰리고 웃는 입매와 눈썹모양 등 닮은 곳이 없고 우스꽝스러워 논란이 됐다.
또 작년 9월 북아일렌드에서 공개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동상이 공개되자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여왕을 전혀 닮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 테무에서 산 여왕이냐”라고 썼다.
이에 대해 미술업계 관계자는 “동상은 예술 작품이기 때문에 실존 인물과 똑같이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작가의 심미적 의도, 설치 목적 등에 따라 얼마든지 창작의 영역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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