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한국 지상파 음악 방송 출연한 홍콩 가수

윤수정 기자 2025. 1. 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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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조나단 웡 인터뷰
조나단 웡이 제작한 숏폼 드라마 ‘Rags 2 Richmond’의 한 장면. 주연과 연출을 직접 맡았다. /조나단 웡

지난 21일 MBC 음악방송 ‘쇼!음악중심’에는 홍콩 가수 조나단 웡(38)이 출연했다. 그룹 갓세븐의 잭슨처럼 홍콩 출신 K팝 아이돌이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홍콩 현지 가수가 한국 지상파 음악 방송에 내한 출연한 건 2006년 KBS 콘서트7080에 출연한 진추하 이후 처음이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최근 만난 웡은 “내가 연출·제작을 맡아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30부작 온라인 숏폼 드라마의 주제와, 음악으로 전 세계와 소통하는 한류 현상이 닮았다고 생각해 한국 방문을 결심했다”고 했다. 드라마의 배경은 홍콩 영화가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2000년대 초반. 홍콩 연예계에 푹 빠진 캐나다 리치몬드의 현지인들과 아시아 이민자들이 음악을 주제로 서로의 뿌리를 알아간다는 내용이다. 웡이 MBC방송에서 부른 노래 ‘Low Key’도 이 드라마의 삽입곡이다.

웡은 “최근 한국을 보면 독특한 미감으로 세계적 사랑을 받던 홍콩 영화의 전성기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주윤발, 주성치, 양자경 등이 동시에 쏟아졌던 1980~1990년대 홍콩은 동서양 문화가 가장 격렬하게 교차하던 곳이었다”며 “이런 일이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빌보드에선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한국 그룹들이 데뷔하고, 한국 가요 시상식에선 브루노마스 등 영미권 가수가 노래한다. 아시아인들에겐 큰 기회의 장소”라고 했다.

홍콩에서 2009년 데뷔한 조나단 웡은 2016년 중국 CCTV 싱어송라이터 경연 프로 ‘Sing My Song’에서 6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중국 인기 보이밴드 X-NINE, 배우 겸 가수 막문위 등의 활동곡을 작곡하며 이름을 알렸다. 웡은 “중화권에선 댄스그룹만큼 발라드도 큰 인기고, 다양한 장르의 오디션 프로가 많이 나온다”며 “인구가 많다 보니 다양한 음악적 드라마가 끊임없이 발굴되고 오디션 프로 열광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홍콩에서 공연 프로덕션도 운영하는 웡은 성룡, 고천락, 증지위 등이 대표를 맡은 홍콩 공연예술인조합의 집행위원을 겸임 중이다. 중화권 음악시장의 변화를 발빠르게 감지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 홍콩에선 내가 제작한 드라마처럼 숏폼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사랑해’라는 말 대신 하트 모양 이모티콘을 쓰는 것 같은 변화”라며 “AI 기술의 접목도 이미 대세가 됐다”고 했다.

최근 한국 가요계에선 K팝의 위기 요소를 홍콩 문화의 번영과 쇠락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수차례 “홍콩 영화처럼 K팝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웡은 이에 대해 “한국도 틀에 갇혀 독창성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홍콩은 세상이 우릴 찾아올 거란 생각에 취해 스스로 밖으로의 확장을 멈췄고, 일본은 아직도 CD와 전통적인 아침 방송이 중요한 음악 홍보 수단일 만큼 변화가 느리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도 가능성이 희박했던 미국으로 눈을 돌려 성공을 거뒀지만 이제 ‘K팝 스타일은 이렇다’는 정의가 나오고 있어요. 아시아인들은 굳어진 성공 공식과 테두리에 맞추려는 경향이 강해요. 하지만 결국 문화적 성공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좁은 박스를 벗어나 독창성을 뿜어낼 때 온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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