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열고 “내년도 의대증원 취소하라”

이혜인 기자 2024. 12. 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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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계 전 직역이 참여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협은 중단이 안 될 경우에는 내년부터 늘어나는 의대생들을 분산시켜서 순차적으로 교육시키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는 ‘의료 농단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가 열렸다.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 의협 대의원들과 의대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각 직역의 대표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회는 의대 증원을 비롯한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대한 의료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의협은 정부가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위주로 일곱가지 요구사항이 담긴 결의문을 발표했다.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표로 결의문을 낭독하면서 “합당한 근거와 절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의대 2000명 증원은 취소돼야 한다”며 “정부가 이런 경고를 무시한다면 2026년 의대 모집을 중지하고 급격히 증가한 의대생들을 순차적으로 교육시키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은 결의문에서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등 지난 2월부터 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한 의료개혁 방안을 철회”하고 “전공의의 사직과 의대생의 휴학은 인권이자 기본권이므로 이를 침해한 공직자들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전공의와 의사를 ‘처단한다’는 폭언을 한 책임자를 규명하여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각 대학은 이번 주 후반부터 수시 미충원 인원을 반영한 정시모집 선발 인원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나, 의료계는 정부가 서둘러 증원 취소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오늘 (비공개) 회의에서 2025년 의대 정원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이런 부분들은 우리나라 법 체계상 기본적으로 행정부에서 결정해야 된다”며 “그래서 끝까지 행정부, 교육부 장관이라든지 이런 분들을 설득해 나가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대로 진행되면 한 학년이 7500명이 되는데, 만약 (2025년도) 신입생들이 ‘교육권 훼손을 참을 수 없다’고 하면 (2026년도에는) 1만2500명의 학생들이 한 학년에서 수업을 받는 일도 벌어질 수가 있다”고 했다. 이는 내년 의대 신입생들이 휴학을 이어갈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내년에) 7500명이 들어와서 (의대교육과정) 6년을 (그 규모로) 간다고 하면, 의학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은 너무나 당혹스럽다. 그래서 결국에는 분산을 시키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며 “해부학 실습 등 여러가지 기초 의학 실습, 임상 실습을 전국 의과대학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개원의들 일부는 진료 시간 단축을 통해서 대정부 투쟁을 해야 한다는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협은 당분간 국회를 통해 정부에 의료계 측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국회 교육위원장과 보건복지위원장이 주선을 해서 23일날에 교육부와 비대위가 같이 논의를 할 것”이라며 “공식적인 여야정 협의체라든지 공론화 위원회 같은 것들은 여러 제안이 있었는데, 앞으로 의견을 모아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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