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의혹 제기도 처벌하겠다는 선관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일 이른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을 강하게 처벌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으로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조동진 중앙선관위 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보수 유튜버들을 수차례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기소나 유죄판결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입법의 미비가 있는 걸로 보이고, (부정선거 음모론이) 계엄 사태와 관련도 돼 있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자체적으로 법안을 낼 수 없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입법 필요성을 설명하는 단계라고 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더라도 후보자를 당선·낙선시킬 목적과는 관계가 없어 허위 사실 공표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선거 자유 방해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21·22대 총선, 20대 대선, 8회 지방선거 때 부정선거 음모론과 관련해 고발이 14건 이뤄졌지만, 경찰·검찰에서 불송치·불기소 처분되거나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부정 음모론이 폐해가 있다 하더라도 선관위가 적극적으로 의혹을 해소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사람이 아닌 기관에 대한 의혹 제기까지 처벌하겠다는 것은 조금 과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선관위의 선거 현수막 허용 기준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선관위는 최근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이 내걸려 했던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에 대해 ‘게시 불가’ 판정을 내렸다. 반면, 선관위는 조국혁신당이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정 의원 지역구(부산 수영)에 거는 것은 허용했다.
선관위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조기 대선’ 얘기도 나오는 상황에서 유권자가 봤을 때 ‘이재명은 안 된다’는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정연욱 내란 공범’은 다음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낙선 목적 사전 선거운동이라 보기 어렵다고 선관위는 설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사실상 선관위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전제로 편파적인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선관위의 현수막 게시 판정을 두고 ‘이중 잣대’라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선관위는 2021년 10월 ‘대장동 부패 게이트 특검 거부하는 이가 범인’이란 피켓은 사용 가능하다고 하면서 ‘진짜 몸통은 설계한 이다!’는 ‘이’가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연상케 한다며 사용 불가 판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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