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촌 1번지'에 63빌딩 높이 대단지···한강변 스카이라인 바뀐다
◆ 압구정2구역 정비계획 서울시 심의 통과
최고층 250m 허용 '한강변 최고 높이'
서울시, 텐트형 스카이라인 형성 방점
초고층 동 2개로···강변 첫동 20층 이하
커뮤니티 개방, 담장 없는 열린 단지 조성
수억대 분담금 부담에도 매매가 치솟아
1970년대 ‘강남 개발’로 천지개벽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이 두 번째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1만 가구 규모의 아파트촌이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압구정 2구역이 처음으로 ‘재건축 밑그림’을 확정지었다. 특히 서울시가 250m 높이, 70층 수준의 재건축을 허용함에 따라 한강 경관에도 극적인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한강에 200m보다 높은 아파트가 들어선 적은 없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동 434번지 일원 압구정 2구역(신현대 9·11·12차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반영해 정비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지난달 심의에서 압구정 2구역은 용적률 최대 300%, 높이 최고 250m, 12개 동, 2606가구 규모의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정비계획안이 수정 가결됐다. 압구정동 한강 변에 부채꼴 모양으로 늘어선 미성·신현대·현대·한양아파트 등은 현재 6개 구역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정비계획안이 시 심의를 통과해 재건축 밑그림이 확정된 것은 압구정 2구역이 처음이다. 일대 재건축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압구정, 1970년대 천지개벽···‘부촌 1번지’ 자리매김=압구정동 재건축은 이 지역이 ‘한국의 최고 부촌’이자 ‘서울 확장의 상징’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의미가 적지 않다. 원래 압구정은 압구(狎鷗), 즉 ‘갈매기와 친하게 논다’는 뜻의 이름처럼 갈매기를 쉽게 볼 수 있는 강가의 풍치 지구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0년대부터 전방위적인 강남 개발에 나서면서 1976~1987년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현대아파트 시공사인 한국도시개발(현 HDC현대산업개발)이 1977년 사원용 아파트를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언론인 등에게 특혜 분양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고위층 주거지’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압구정동 주거지가 민영 아파트로만 구성돼 주민 구성이 동질적이라는 점, 인근에 갤러리아 백화점 및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고급 백화점이 있다는 점도 부촌의 입지를 강화하는 요소다. 한남대교·성수대교·동호대교와 올림픽대로를 접하고 있어 자동차를 이용해 서울 3대 업무지구로 이동하는 것도 편리하다.
◇‘한강 경관 개선’ 기조에 초고층 추진···일대 69~70층 계획=이미 재건축 연한을 채운 압구정 일대 아파트는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압구정 2~5구역에 대한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하면서 재건축 추진을 본격 시작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조합·전문가와 함께 정비계획의 초안인 신속통합기획안을 수립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서울시의 재건축 모델이다. 압구정 6개 구역 중에서 2~5구역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안 발표 당시 압구정 아파트를 단순히 재건축하는 것을 넘어 ‘미래 한강의 매력과 가치를 담은 주거 단지’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서울시는 판상형 아파트로 인해 획일적인 압구정동의 스카이라인을 개선하기 위해 ‘파노라마’ 경관을 형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고 층수를 50층으로 제시하면서도 혁신적인 디자인 도입 시 그 이상 높이도 허용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압구정 2~5구역 조합들은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정비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올해 6월부터 주민 공람을 통해 공개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압구정 2~5구역은 모두 69~70층의 초고층 재건축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구역별로 보면 2구역은 263.5m·70층, 3구역(현대 1~7·10·13·14차)은 290m·70층, 4구역(현대8차, 한양 3·4·6차)은 290m·69층, 5구역(한양1·2차)은 290m·70층을 계획했다.
다만 이 같은 계획을 두고 서울시가 현재 한강 변 최고층 아파트인 용산구 첼리투스(200m, 56층),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199.98m, 49층)를 크게 웃도는 높이의 재건축을 허락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동산 업계의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모든 시민이 즐기는 한강에 70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기면 위압감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시는 조합들이 제시한 최고층 동 개수가 예상보다 많고 두께도 상당해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63빌딩보다 높은 250m 허용···한강 변 최고 높이=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정비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압구정 2구역의 정비계획안 심의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압구정 2구역이 전체 구역 중 속도가 가장 빠른 만큼 일대 재건축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결정한 최고 250m 높이는 조합이 원래 제시했던 것에서 불과 13.5m 낮아진 수준이다. 아파트 한 개 층이 3~3.3m임을 감안하면 조합이 계획했던 70층, 최소 60층 후반대의 건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 계획과 비슷한) 이 정도 수준으로 한 번에 심의를 통과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심의에 참여했던 도시계획위원들은 현재 한강 변 정비사업이 남산 7부 능선은 가리지 않는 원칙 아래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 압구정동은 아파트지구를 제외하면 주요 주거지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최고 높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대표 업무빌딩 중 하나인 63빌딩 높이가 249m로 비슷하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 해운대는 이미 초고층 주거 건물이 들어서서 첨단도시 같은 느낌을 내고 있다”며 “서울도 도시의 상징성과 경제력을 감안하면 한강에 초고층 빌딩이 없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엘시티 더샵, 두산위브더제니스 등은 주거용 동 높이가 300m를 넘는다.
◇‘초고층 동 2개, 한강 변은 20층’ 조건 달려···‘열린 단지’도 조성=물론 서울시가 초고층 재건축을 무조건적으로 허용해준 것은 아니다. 높이를 풀어주는 대신 주변과 어우러지는 ‘텐트형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단지 중앙부에 초고층 동을, 외곽으로 갈수록 낮은 동을 배치해 위압감을 최소화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초고층 동의 개수는 2개로 제한했다. 한강 변 첫 동은 20층 이하로 제한하는 한강 변 관리 규정도 철저히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서울시는 압구정 2구역을 담장이 없는 ‘열린 단지’로 조성할 방침이다. 한강으로 이어지는 너비 8m의 공공 보행 통로를 설치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경로당, 어린이집, 작은 도서관, 돌봄센터, 수영장 등 커뮤니티 시설도 시민에 개방하기로 했다.
◇높은 분담금은 변수지만 조합은 ‘가치 향상’에 방점···매매가 ↑=사업이 뒤처진 압구정 1구역(미성 1·2차)과 6구역(한양 5·7·8차)까지 정비를 마치면 ‘부촌 1번지’로서 압구정의 위상은 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제대로 초고층 재건축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 초고층 건축은 공법이 어렵고 자재 투입도 증가해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모두 늘어난다. 일대에서 ‘대장’ 역할을 하는 압구정 3구역의 경우 현대 6·7차 전용 145㎡(과거 48평형) 소유자가 전용 118㎡를 받을 때 4억 3290만 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현재로서는 분담금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재건축 후 가치 향상을 감안하면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듯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압구정 2구역은 신현대11차 전용 183㎡가 10월 81억 5000만 원에 신고가를 기록하며 손바뀜이 이뤄졌다. 연초 67억 5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14억 원이 올랐다. 신현대12차 전용 155㎡는 지난달 23일 71억 5000만 원에 거래돼 10월 거래가(67억 8000만 원)보다 3억 7000만 원이 올랐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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