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와 듀엣도 부르고 밥먹다 춤도 추는 ‘한국의 라라랜드’에 가다
서울 종로구 혜화는 소극장과 공연장이 몰려 있어 예로부터 예술의 중심지로 여겨져 왔다. 현재도 각종 콘서트나 뮤지컬, 연극이 매일 열려 이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혜화는 종종 ‘한국의 라라랜드’라고 불린다. ‘라라랜드’는 지난 2016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로, 문화예술의 메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는 재즈 바와 극장이 자주 등장하고 뮤지컬 영화답게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 두 주인공이 로스앤젤레스에서 꿈을 향해 치열하게 살아가듯 꿈을 꾸는 이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혜화로 모인다.


커튼콜은 실제 뮤지컬 배우들의 공연을 보며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장성근 커튼콜 대표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펍 스타더스트에 방문했다가 큰 감명을 받아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스타더스트가 뮤지컬의 메카인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것처럼, 한국에 뮤지컬 펍이 있다면 그곳은 뮤지컬 배우와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 모두의 ‘마음의 고향’인 혜화여야 한다고 확신했다.

내부는 미국 공연장이 떠오르는 간판부터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프로그램 북, 오늘의 배우를 알려주는 캐스팅 보드로 꾸며져 있으니, 펍이 아닌 소극장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옷을 갈아입거나 분장을 하는 것이 아닌 유니폼과 앞치마를 그대로 입고 노래해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다른 어떤 요소의 도움이 없어도 배우들의 목소리와 눈빛만으로 공연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뮤지컬 넘버를 부르지만 커튼콜에 맞춰 개사를 하거나 구성을 바꾸는 등 단순한 커버 무대가 아닌, 오직 커튼콜에서만 볼 수 있는 짜임새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아직 번안하지 않은 해외 뮤지컬 곡을 직접 번역해 한국어로 부르는 등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의 무대에 한겨울에도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음식을 향한 커튼콜의 진심을 느껴보고 싶다면 스칼렛 파스타를 추천한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먹었던 레몬 파스타로, 오일 베이스에 버터와 레몬 향, 치즈까지 추가돼 한 입에도 풍미가 가득하다. 단언컨대 일반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맛이다. 공연 중에도 음식과 음료를 자유롭게 주문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순식간에 배역에 몰입해 노래를 부르는 배우의 눈이 강렬히 반짝인다. 라라랜드의 대사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돼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 주니까”가 떠오른다. 꿈꾸는 자들의 안광을 목도하고 나니 춥고 어두운 겨울을 이겨낼 용기가 움트는 듯하다.

“나이 제한 없이 아기부터 노인까지 다 함께 즐기는 곳이에요.”
이곳은 오랜 세월을 품은 만큼 편안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벽면을 가득 채운 LP판과 빈티지한 가구 및 소품까지, 오직 시간만이 만들 수 있는 차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모인 뮤지션들이 하우스 밴드를 이루고, 오랜 시간 째즈스토리의 공연을 책임지고 있다. 가수 김필도 과거 이곳에서 수년간 노래를 했었다고.

30년 전 엄마 손 잡고 놀러 오던 유치원생들이 지금은 딸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는다. 째즈스토리에서 만나 결혼한 손님들도 있다. 어린아이부터 흰머리 지긋한 노인, 외국인 모두가 이곳의 단골손님이다. 뮤지션과 손님, 대표 모두 가족 같은 관계가 됐다. 이날도 임 대표는 고객의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앉아 친구처럼 대화를 나눴다.


임 대표가 자신 있게 추천한 음식은 ‘재즈 돈가스’. 큼직한 돈가스와 샐러드, 밥, 과일이 가득하다. 직접 만든 소스가 매콤달콤해 끝까지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낙지덮밥, 오므라이스, 스파게티 등 정성이 담긴 음식은 이미 소문이 나 식사를 하기 위해 찾는 고객도 많다고.

영화의 명장면처럼, 혜화의 밤도 음악으로 물든다. 도시의 빛 아래에서 춤을 추던 두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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