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發 스모킹건?…"尹 전화해 '싹 정리하라' 정치인 체포지시"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4. 12. 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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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내란죄 혐의 적용되나
홍장원 1차장, 정보위서 밝혀
계엄직후 "다 잡아들여" 통화
방첩사와 체포대상자 공유해
이재명·한동훈·우원식 포함
조태용 "지시 안해" 말엇갈려
"홍 1차장 정치적 중립성 위배"
방첩사령관 계엄문서 파기설도
장교들 불복종하자 인사 조치

◆ 계엄 후폭풍 ◆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전후로 홍장원 국가정보원 제1차장에게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직접 지시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탄핵 국면의 결정적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조태용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나에게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 없다"고 해명해 향후 '진실게임'이 펼쳐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발신자 '1000 대통령님'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보여준 대통령과의 통화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최희석 기자

6일 홍장원 1차장은 국회를 방문해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나 "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이 전화를 해 '봤지?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줄게'라고 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병기 의원이 기자들 앞에서 전한 대화 내용이다.

홍 1차장은 이후 곧바로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통화했다고 한다. 여 사령관은 통화하며 홍 1차장에게 "저희들도 전혀 모른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통화에서 홍 1차장이 "대통령과 통화했다. 무엇을 도우면 되겠냐"고 하자, 여 사령관은 "일단 국회는 경찰을 통해 봉쇄하고 있다.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된다"면서 "체포 대상자의 위치를 추적해달라. 검거 지원을 요청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사령관은 홍 1차장에게 체포 대상으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정청래 민주당 의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 씨 △김명수 전 대법관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권순일 전 대법관 △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추정) 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 1명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차장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명단 전체가 복원되지 못했지만, 16~20명이 체포 대상이었다는 설이 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지난 3일 밤 11시 30분께 국정원에서는 조태용 원장이 소집한 정무직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1차장에 따르면 조 원장은 회의에서 "비상계엄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죠"라고 질문했고, 이에 홍 1차장은 "모든 게 군으로 넘어가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변했다.

홍 1차장은 조 원장이 계엄 사태에 개입하지 않길 바라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홍 1차장이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체포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하니 내일 아침에 이야기를 하자고 피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후 홍 1차장은 지시 사항을 아무것도 이행하지 않은 채 계엄이 종료되자 퇴근을 했다고 한다. 이날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정보위를 방문해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 하는데, 대통령이 법도 모르고 지시를 한 것"이라며 분노를 터트렸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을 마친 후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정보위를 찾은 조 원장의 발언은 홍 1차장과 결이 달랐다. 조 원장은 "계엄 상황에서 대통령이 원장인 제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한 바 없다"면서 "오늘 아침에 홍 1차장에게 그런 사실이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물으니 '오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은 (계엄과 관련해) 정치인 체포 등 지시를 받지 않았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음을 원장으로서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날 홍 1차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분분한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비협조적이었던 홍 1차장을 경질하려다가 상황이 달라지자 차라리 현직에 머무르게 하며 '입막음'을 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실제로 홍 1차장은 지난 5일 오후 4시쯤 국정원장에게 '대통령이 즉시 경질하라는 지시가 있었으니 사직서를 제출했으면 한다'는 인사기획관의 말을 들었으나 국정원장이 사직서를 반려해 근무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최근 홍 1차장이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는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한 적 있어 엄중한 시기인 만큼 교체하는 게 좋다는 판단이 있었고 대통령에게 건의해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대통령으로부터 홍 1차장 경질에 대한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했다.

홍 1차장은 정보위에서 "향후 추가적인 계엄과 같은 일이 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홍 1차장이 "김용현 전 국방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도 김용현이 밀어 대사가 된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박지원 의원에 따르면 방첩사에서는 여 사령관이 소속 장교들에게 계엄 관련 문건 파기를 지시했고, 영관급 장교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아 인사 조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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