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계약 엎어지고 미수금 5.5조… 건설업, 해외서도 고전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에 빠진 건설업계가 해외 사업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주가 유력했던 해외 공사 계약에 난항을 겪거나, 기존에 수주한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해외 발주처와 공사비 갈등을 겪는 건설사도 많다. 해외에서 공사를 진행하고도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한 미수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부진한 국내 주택 경기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아야 하는데 신규 수주는커녕 기존 사업을 문제없이 관리하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했다.
◇공사비 갈등에 1조9000억원 계약 ‘백지화’
삼성E&A는 “알제리에서 수주한 1조9000억원 규모 정유 플랜트 공사 계약을 지난달 말 해지했다”고 4일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 알제리 국영 석유 회사 소나트랙에서 설계와 시공을 일괄 수주했는데 거의 5년 만에 계약이 무산된 것이다. 삼성E&A 관계자는 “계약 후 공사비가 급등해 발주처에 계약 조건을 바꿔달라고 요청했으나 협의가 결렬돼 계약 해지에 이른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공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아 재무적 손실은 미미하다”고 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은 중앙아시아 시장 확장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애를 먹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2년 투르크메니스탄 화학 공사와 ‘암모니아 요소 비료 공장’과 ‘인산 비료 공장’을 짓는 MOU(양해각서) 2건을 맺었으나, 공사비 이견으로 지난 10월 인산 비료 공장만 수주에 성공했다. 애초 3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했던 수주액은 1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투르크메니스탄 국영 가스공사와 가스 공장 탈황 설비 공사 계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공사 금액을 두고 양측이 1조원 가까이 이견을 보여 본계약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아람코에서 수주한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 1·4번 프로젝트’의 계약 금액이 최근 2000억원 정도 깎인 3조777억원으로 조정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람코가 공사 발주 범위에서 일부 설비를 제외하면서 전체 공사비가 줄었다”고 했다.
◇해외 미수금 늘고, 신규 수주도 부진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건설사 입장에선 해외 미수금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해외에서 공사를 수행하고도 발주처에서 제때 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이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해외 건설 미수금은 총 39억1862만달러(약 5조5400억 원)로 나타났다. 2021년 11억달러대였던 미수금이 지난해 13억631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신규 수주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285억2585만달러(약 40조3000억원)로 목표치의 7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삼은 ‘400억달러 수주’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E&A와 GS건설이 지난 4월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으로 각각 60억8000만달러, 12억3000만달러를 수주한 후 ‘대어급’ 프로젝트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관심을 끈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도 지난달 나드미 알나스르 CEO(최고경영자)가 사임하는 등 난항을 겪으면서 기대만큼 일감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하고, 고금리·고물가 기조로 경영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 우리 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수주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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