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 "당분간 짙은 관망세···정책 추진력 약화에 공급 위축 불가피"

박형윤 기자 2024. 12.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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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시장 전문가 진단
정치 불확실성에 매수심리 악화
건설사도 공급물량 축소 나설듯
금리인하 늦어지면 내년 '침체'
정책기조 뒤집기 가능성은 낮아
"위기때마다 부동산가격 우상향"
"단기이슈, 영향 제한적" 전망도
[서울경제]
사진 설명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부동산 시장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상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최악의 경우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른 금융 시장 악화로 부동산 시장의 돈줄도 경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짙은 관망세가 단기간 부동산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며 매수 심리가 악화될 경우 건설사들도 분양 일정 조정 등을 통해 공급 물량을 당분간 축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4일 부동산 전문가 대다수는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로 매수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매수 심리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매수자들이 부동산 구매를 연기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소희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대외 국가 신인도 하락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가 악화될 경우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일시적인 매수심리 위축이 일어날 수 있지만 비상계엄 사태가 빠르게 해소된 만큼 단기간 이슈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공급 물량 축소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건설사들이 사태 추이를 봐가면서 분양 시기를 선택하기 위한 모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단기적 공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장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도 “사태가 장기화하고 행정 권력에 조그마한 공백이 생겨 지자체의 인허가가 지연되면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거 시장보다는 금융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공급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거용 시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실물경제 위축 등으로 이어질 경우 상업용 부동산 공급 환경이 어려워지며 공급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환율이 올라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경우 내년 부동산 시장은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환율이 오르면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며 “금리가 내리지 않는 이상 공급도, 수요도 다 막혀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보다도 대출 규제가 주요 변수라는 게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었다. 윤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금리를 내려도 대출 규제를 풀지 않는다면 집을 살 수 없다”며 “금리 인하보다도 대출 규제를 푸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미국 연준과 발을 맞추려면 기준금리 인하는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대출 규제를 풀지 않으면 금리 인하 영향은 미비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힘을 잃을 수 있다면서도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정책은 직접적인 영향보다 간접적으로 악영향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도 대통령 리더십이 약화한 만큼 추진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현 정부의 리더십이 상실됐다고 하더라도 국회 차원에서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없다”고 말했고 두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설령 탄핵 등으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한 번에 뒤집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도 결국 내년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였다.

두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장기간 부동산 시장을 보면 위기 때마다 금과 같이 안전 자산처럼 역할을 하며 우상향해왔다”며 “주식 시장 등 금융 시장이 악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고 결국 내년도 부동산 시장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공급부족”이라며 “비상계엄 사태로 단기간 관망세가 지속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공급물량 감소, 대출 규제의 영향이 뒤섞이며 올해와 같이 5~6%대 가격 상승이 전망된다”고 예측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백주연 기자 nice89@sedaily.com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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