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 … 매물 늘고 견본주택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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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조성된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견본주택.
비상계엄 상황이 길어지면 건설사들도 분양일정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6일 견본주택을 열 계획이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리츠카운티' 등 대부분 단지들은 분양일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발표된 다음 날인 4일 서울 전역에서 매물이 일제히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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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 매물 일제히 증가
견본주택 경비 삼엄해지고
국토부 행사일정 대거 취소
4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조성된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견본주택. 방문객 20여 명이 안내원의 설명을 듣거나 분양상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방호조끼를 착용한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던 것. 견본주택에는 원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업체 직원들이 소수 고용되지만 이날 분위기는 특별히 삼엄했다.
간밤 갑작스러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6시간 만에 끝났지만, 부동산업계는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 호흡이 긴 부동산 시장은 금융·증권 시장보다는 이번 사태 파장이 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출 여건도 까다로운 상황에서 경제·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 매수 의향자들의 관망세는 더 길어질 수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이 빨리 정리됐고, 증시를 비롯한 다른 자본 시장도 점차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비상계엄이 이른 시간 안에 해제되면서 건설사들도 일단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다.
비상계엄 상황이 길어지면 건설사들도 분양일정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6일 견본주택을 열 계획이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리츠카운티' 등 대부분 단지들은 분양일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정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부동산 시장도 일정 부분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대외경제 상황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대부분이다. 간신히 진정된 공사비 문제도 환율 등이 불안해지면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고개를 들 위험이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인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발표된 다음 날인 4일 서울 전역에서 매물이 일제히 증가했다. 서울 강동구(2%), 중랑구(1.9%), 서초구(1.8%) 등 22개 자치구에서 하루 만에 매물이 1% 이상 늘었다. 전남 영광군에서는 전날에 비해 매물이 19.5%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동력이 약화된다는 점도 문제다. 국토교통부는 원래 12월 정기국회 안에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이 통과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촉진법이 언제 제정될지 불투명해졌다.
비상계엄 여파로 국토부 행사와 일정도 대거 취소됐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함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계획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당일 오전 취소했다.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준비하던 '인천 남동 국가산업단지 민관합동 문화융합 협의체' 발족식도 당일 취소돼 열리지 못했다. 다만 박 장관은 오전 10시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오후 2시에는 경기 과천시에서 열린 철도 파업 대비 수송대책 점검회의에도 영상으로 참여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해외 수주 활동 위축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제기된다. 국내 정세 불확실성이 해외 수주 경쟁력에 타격을 입히는 데다 환율 급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발주처로부터 국내 정세 불확실성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박재영 기자 / 이희수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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