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그룹 지원없이 PF 우발채무 1兆 줄인다는데… 비주택 정리·본PF 전환 관건

김유진 기자 2024. 12. 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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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채무 규모 내년 2조4700억원 목표
연내 신월곡1구역 등 본PF 전환 추진
비주택·지방 PF 사업장 부담될 수도
롯데그룹 지원 여력 있어

롯데그룹이 위기설 진화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롯데건설도 내년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를 1조원 넘게 줄일 예정이다. 우발채무는 현재는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가까운 장래에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확정될 수 있는 특수채무를 뜻한다. 롯데건설은 미착공 상황의 브릿지론 단계의 PF 사업을 본PF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우발채무를 해소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CI./롯데건설 제공

건설업계에서는 이러한 롯데건설의 우발채무 해소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비주택·지방 PF 사업장의 사업 진행이 원활히 이뤄지는 게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비주택·지방 사업장의 사업이 지연되거나 분양 실적이 저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착공 현장의 사업 진행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착공 이후 분양 실적이 부진할 경우 우발채무의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롯데건설의 손실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2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내년 PF 우발채무 규모를 2조4700억원으로 줄일 계획이다. 현재보다 우발채무 규모를 1조원 넘게 감축하는 게 목표다.

롯데건설은 과도한 PF 우발채무 부담이 리스크로 꼽힌다.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 시공사는 PF 사업장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경우 시행사 등을 대신해 빚을 갚아야 한다. PF 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하다는 건 시공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PF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갚아야 할 PF 대출 규모가 크다는 의미가 된다.

롯데건설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9월 말 PF 보증 규모는 4조3113억원으로 직전 분기(4조8652억원) 대비 5000억원가량 감소했다. 롯데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2022년 말 6조8000억원, 2023년 말 5조4000억원이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미착공 도급사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2023년 이후 기존 PF우발채무의 본PF 전환 등을 통한 일부 감축에도 PF보증 규모는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착공 사업장→본PF 전환 총력… 비주택·지방 사업장 부담

롯데건설의 최근 PF 우발채무 규모 감축 추세를 볼 때 내년도 PF 우발채무를 2조원대로 가져가겠다는 목표는 실현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조4000억원의 PF 보증 규모를 줄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보증 규모가 1조1000억원가량 감소했다.

롯데건설은 PF 우발채무가 사업장이 브릿지론 상태일 때 발생하는 만큼 미착공 사업장의 본PF 전환을 통해 PF 우발채무를 줄일 계획이다. 현재 롯데건설이 보증한 PF 사업장 중 60~70%가 미착공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의 다른 관계자는 “주요 미착공 사업장의 본PF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등 기 조성 펀드의 유동성 및 개별 사업장의 본PF 전환 등을 통해 유동성 위험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건설은 하반기 들어 ▲갈현1구역 ▲의정부나리벡 ▲해운대센텀 ▲청담삼익의 본PF 전환을 완료했다. 추가로 신월곡1구역 본PF 전환을 연내 마친다는 계획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대전 오피스텔 사업만 정리한 뒤 대신 빚을 갚았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3분기 보증 감소 사업장에 대해 “준공이나 본PF 전환에 따라 상환을 완료한 건”이라며 “대전 오피스텔 사업은 대위변제했다”고 했다.

롯데건설이 올해 하반기 본PF로 전환한 서울 강남구 청담 삼익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조감도./ 롯데건설

롯데건설이 이 같은 PF 우발채무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주택 사업장에 대한 사업 진행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오피스텔을 포함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주택시장에 비해 경기 저하 수준이 크고, 전체 준공예정 물량 등을 감안하면 시장의 회복 시기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미착공 사업장 중 오피스텔, 복합시설 등 비주택 관련 PF 보증이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주택 사업장과 함께 미분양 위험이 큰 지방 주택사업장 역시 롯데건설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미착공사업장들의 착공 전환이 차질을 빚을 경우 중장기 재무부담으로작용할 수 있다”며 “착공 프로젝트들의 분양성과 및 이에 따른 운전자본부담 변동성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신평 관계자는 “지방 주택시장 및 분양경기의 변동성 하에서 관련 현장의 사업 추진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본PF 전환시기가 지연될 수 있으며, PF차입금의 상환 부담이 롯데건설로 전이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개월 내 30% 부채비율 축소… 그룹 차원의 지원 여력 있어

롯데건설은 PF 우발채무 감축과 함께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도 나선다. 롯데건설은 부채를 1조원 감축해 올해 말 부채 비율을 187.7%로 낮출 계획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217%로 회사는 3개월 만에 30%포인트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줄여야 한다.

롯데건설은 올해 말 현금성 자산과 차입금 목표도 1조3000억원, 1조9000억원대로 잡았다. 9월 말 기준 롯데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8621억원, 차입금은 2조3789억원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이 같은 PF 우발채무 해소 및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그룹 차원의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건설이 지난 2월에는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지원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넘겼지만, 이번에는 롯데그룹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의 주요 그룹사인 롯데케미칼의 위기설이 나온 이후 각 계열사들은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한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그룹의 지원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 예상되다 보니 롯데건설의 유동성 확보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10월 롯데건설이 500억원 규모로 채권을 발행할 때 미매각이 발생했다. 수요예측 결과 기관투자자 12곳이 참여했으나 경쟁률은 0.26대1에 그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이 새로운 위기 상황을 맞닥뜨린다고 해도 그룹의 지원 여력은 충분하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신평사의 고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매각을 추진 중인 롯데렌탈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매수 의향이 있는 사모펀드가 많아 최소한 1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라며 “롯데캐피탈 역시 롯데그룹이 매각 카드를 꺼낼 수 있는 알짜 회사로 이를 정리한다고 하면 필요 시 롯데건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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